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화 혐의로 체포된 A씨는 이날 체포된 이후 오후 6시 15분께 수서경찰서로 들어서는 길에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소리치며 답했다.
'특허법인에 악감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도에 내가 특허를 냈는데, (특허법인에서) 사기를 쳤다"고 답하고, 문자 메시지를 출력한 종이를 보여주며 촬영을 권했다. 출력물에는 '이 서류 보내드렸을 텐데, 이게 등록증으로 보시면 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맥락상 특허법인이 보낸 문자로 추정된다. 범행 준비 기간을 묻자 "준비한 거요? 한 3일 됐다"고 했고,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특허법인에)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 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 낮 12시 1분께 200m가량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 연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 곳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한 곳이다.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이날 오전 강서구 주거지 근처에서 인화물질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통 2개를 양손에 들고 이동하는 모습과, 그 통을 들고 신명빌딩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지하철을 이용해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화재 직후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동선을 추적해 A씨가 택시나 도보로 동대문구로 이동한 뒤 지하철로 동묘앞역에 도착한 사실을 파악했다. 수서경찰서의 공조 요청을 받은 혜화경찰서가 동묘앞역 인근에서 방화 4시간 만인 오후 4시 16분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2022년에도 이번에 불이 난 두 건물을 찾아가 방화를 시도한 혐의(방화예비)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번 화재로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18명이 다쳤다.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 사무실에서 일하던 변리사 B씨가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함께 근무하던 B씨의 남편도 현장에 있다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빌딩에서는 이 밖에 9명이 다쳤고 60여 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한양빌딩에서는 8명이 다쳤는데 3명은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5명은 경상을 보였다. 환자들은 한양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소방은 이날 오전 "빌딩 4층에 누군가 불을 질렀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 35분께, 신명빌딩 화재는 오후 2시 20분께 완전히 꺼졌다.
경찰은 두 곳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인 점에 따라 A씨가 특허 관련 사안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