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중복상장 추진에 금융당국이 제재 대상인지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올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회사 측이 주주 가치 보호를 내세운 만큼 상장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증권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SK하이닉스가 오늘도 6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사실 자체가 오늘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당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있긴 한 겁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중복상장 규제에 따라 모회사에 주주 보호 절차를 요구하고, 공모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겁니다.
그런데 두 제도 모두 상장 자체를 허가하는 장치는 아닙니다.
국내 상장이라면 거래소가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해 걸러낼 수 있지만, 해외상장 즉, 나스닥 상장에는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증권신고서도 허위 기재나 중요사항 누락은 정정을 요구하고 위반하면 공모를 금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의무를 모두 지켰다면 상장을 막을 마땅한 권한은 찾기 어렵습니다.
<앵커>
마침 회사도 주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니까요. 상장 절차를 강행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네 주주 보호책과 소통 절차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상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지배구조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바로 아래 솔리다임이 있는 게 아니라, 중간에 미국 AI컴퍼니가 있습니다.
기존 법인을 AI 투자회사로 바꾸고 낸드와 SSD 사업을 신설 솔리다임으로 넘긴 구조인데요.
AI컴퍼니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도 출자를 약정했습니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하냐, 해외 공모여도 국내 거주자에게 자금을 모으는지, 발행한 주식을 국내 거주자가 1년 안에 취득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국내 증권신고 의무가 생깁니다.
이때 외국법인은 국내 거주자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했는지도 따지는데요.
이 규정을 솔리다임 사례에 적용하면 솔리다임의 주식 20% 이상, 실제로는 100% 갖고 있는 회사가 미국 AI컴퍼니입니다. 이 회사에 출자자로 참여한 게 SK하이닉스 등 SK그룹사인겁니다.
다시 말해 SK하이닉스의 간접 보유까지 국내 거주자 판단에 포함할지 여부에 따라 신고 의무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절차를 이행했더라도, 개정 상법상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지켰는지는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앵커>
5단계 중복상장에 해외상장이니까 규제 여부를 따지는게 고차방정식입니다. 이렇게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신규상장으로 자금을 수혈해야할 이유가 뭔지. SK측 입장이 뭡니까.
<기자>
자체 자금이 있다고 모든 투자를 내부 자금으로 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솔리다임의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부 자본 활용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솔리다임의 미국 낸드 공장 건설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인텔 낸드 사업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을 일부 회수하고, 다음 투자에 쓸 재원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투자할 곳이 많다는 것과 별도 상장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인지는 따로 따져봐야 합니다.
<앵커>
주주 입장에서는 상장이 악재라고 봐야겠죠?
<기자>
과거 투자금 회수는 이점이지만, 앞으로의 성장 과실을 누구와 나누느냐가 문제입니다.
외부 주주가 들어오면 하이닉스의 경제적 지분은 낮아집니다. AI컴퍼니에 참여한 다른 계열사와도 과실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토스증권은 솔리다임에서 번 돈이 AI컴퍼니의 다른 미국 사업에 재투자되면, 하이닉스 주주에게 환원되는 경로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M증권도 상장설이 하이닉스에 지주사형 할인 우려를 자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오늘 한화투자증권은 공정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면 지분율이 낮아져도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는 만큼, 가치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결국 조달한 돈으로 얼마나 벌고, 그 성과를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주느냐에 달렸다는 겁니다.
다만 주가 자체는 솔리다임 이슈만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죠. 반도체 경기 전망과 수급 측면도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앵커>
무엇보다 '한국이 상법개정 했다더니 중복상장이 아직도 되는구나.' 전세계 자본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 자체에 악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일본의 3배 미국 보다 220배 정도 높은 수준이죠.
앞으로 그럼 어떤 걸 확인해 봐야합니까.
<기자>
공모 구조와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쓸지, SK하이닉스 주주에 대한 환원책은 무엇인지로 정리됩니다.
공모 구조가 신주발행이라면 돈이 솔리다임에 들어가고, AI컴퍼니가 보유한 기존 주식을 파는 방식이라면 AI컴퍼니에 들어갑니다. 이 돈이 하이닉스를 거쳐 주주에게 환원될지, 다른 AI 사업에 재투자 될 지를 봐야 합니다.
법적 절차를 갖췄다고 추진이 쉬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일반 주주들과 주주행동주의 단체의 반발 여론도 부담인데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오늘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솔리다임 상장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일반주주는 지분 희석을 부담하는 이해상충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음 확인 시점은 오는 28일 3분기 콘퍼런스콜입니다. 솔리다임과 AI컴퍼니에 대한 질문이 예상되는데요. 상장 여부뿐 아니라, SK하이닉스 주주가 납득할 조건을 내놓느냐가 관건입니다.
<앵커>
네 "지배경영권 남용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제거 된 것 같지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렇게 밝히기도 했는데. 이달에만 외국인이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순매도하고 있습니다. 일개 기업의 이슈로 대응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