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터너스 애플 CEO에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중국산 메모리 채택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애플도 테슬라도 중국산 메모리 검토
머스크 CEO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은 오는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며칠 새 메모리 반도체 관련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 "문제는 램(RAM) 공급"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13일에는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가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메모리 공급난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가 필요한 물량을 원하는 가격에 제때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도 중국산 메모리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터너스 CEO는 15일(현지시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부문의 제약은 절대적인 위기"라며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둬야 한다는 게 우리의 근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메모리 제조사의 제품을 대안 공급망으로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애플은 현재 CXMT의 메모리 칩을 시험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채택하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을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생산 확대만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공급 과잉이나 가격 하락을 예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CXMT 과장 논란…"기술 격차 최대 7년"
관건은 CXMT 등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만큼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최근 CXMT는 '4F스퀘어(4F²)'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4F²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3D 기술이다. 현재 D램 설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6F²' 방식보다 메모리 셀 단위 면적을 33%가량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굴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 과장이라는 평가도 많다. CXMT가 4F²에 대한 수율과 칩 면적, 비트당 생산원가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중국 CXMT의 D램 공정 기술 격차는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5∼7년에 달한다"며 "CXMT가 기존 공정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과 HBM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성장세…삼성·SK 추격 속도"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는 존재하지만, CXMT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은 실적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CXMT는 지난 16일(현지시간) 3분기 매출이 1,147억~1,197억 위안(약 22조 9천억~23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9~61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33억 9,500만~548억 9,500만 위안(약 10조 6천억 ~10조 9천억 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 전환, 전 분기 대비 15~20% 증가한 수치다.
특히 CXMT는 지난해 1∼3분기 순손실이 53억 위안(약 1조 원)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1,310억∼1,325억 위안(약 26조 2천억∼26조 5천억 원)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AI 수요가 급증하며 D램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자체 생산 능력 확대와 공정 기술 개선으로 생산량과 가동률을 높인 것도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CXMT는 최대 4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2분기 기준 10%로 삼성전자(38%·1위)와 SK하이닉스(25%·2위)와 격차는 아직 큰 상황이다. 하지만 1년 새 점유율을 6%포인트 끌어올린 만큼 중국의 추격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