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EU 27개 회원국 지도자와 EU 수뇌부를 만나 무기와 자금 등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지만, 현재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올겨울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겨울철 지원에는 에너지뿐 아니라 방공망과 자금 지원도 포함된다”며, 이날 회의에서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까지 필요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쟁은 내년 2월이면 꼭 5년째에 접어든다.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파열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압박에도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을 재개하자 이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에 따른 민심 악화를 우려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이른바 '경유딜'을 깜짝 발표하고 '에너지 휴전'도 일방적으로 내놨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발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고 군사 정보 지원을 중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의에 앞서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기자들에게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발언이다.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라트비아 총리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현재 젤렌스키에게 남은 동맹은 유럽인들뿐이다. 오늘 논의할 가장 중요한 사안은 그가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이다. 모든 것이 이번 겨울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의 최우선 의제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유럽 정상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처럼 대놓고 반기를 드는 모습에 내심 당혹스러워하며 수위 조절을 요청하려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