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혁신이 무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 분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국산화된 소재들이 각광받는 모습이다.
▲'스텔스 무인함' 띄운다
HD현대중공업이 설계, 건조, 자율 운행을, 미국 방산업체 안두릴이 AI 기반 자율 작전·임무 수행 플랫폼 '래티스(Lattice)' 탑재를 맡아 공동 연구 개발 중인 자율 무인 수상함(ASV)이 국산 특수 도료와 철강을 입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료는 전파 반사를 줄여 적의 레이다 탐지를 회피하는 데, 철강은 함정에서 발생하는 자성을 줄여 기뢰에 포착될 가능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 소재로 스텔스 성격을 띤다.
ASV는 미 해군의 차세대 무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무인함이다. 현지에서 추진되는 모듈형 공격 수상정(MASC) 사업을 포함해 군사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2027년 이후 발주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ASV의 특징은 기존 함정과 다르게 승조원이 없어도 스스로 항해하고 작전과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선체 중앙 구조물이 모듈 형태라서 상황에 따라 감시와 정찰, 전자전과 타격용으로 바꿀 수 있다.
▲'ETL 투명 망토' 덮는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HD현대중공업과 안두릴이 만드는 ASV의 두 번째 시제함부터 우리나라 특수 도료 기업인 ETL의 레이다 흡수 도료가 칠해진다. 첫 번째 시제함은 미 현지에서 시제품 공개와 해상 시연을 앞둬 대상에서 제외됐다.
HD현대중공업과 ETL은 지난달 ‘스텔스 유·무인 함정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무인함에 발리는 도료는 ETL의 ‘ION 1’이 유력하다. 함정에 닿은 적의 레이다 전파를 일부 흡수해 되돌아가는 신호를 약화하는 액상형 모델이다. ION 1의 전파 흡수력은 평균 -10dB, 최대 -25dB에 달한다. 해군에 따르면 ION 1의 전파 흡수율은 90%에 근접하다. 해군은 ION 1을 바른 36m 고속정이 레이다에서 4m 어선으로 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은 입증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ION 1은 미 국방부의 해외 비교 시험(FCT)을 통과했다. FCT는 미군이 외국의 기술을 검증하는 절차로 과정에서 ION 1은 당장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지표인 기술 성숙도 평가 9등급을 받았다. 가장 높은 평가 등급을 받은 건 ION 1이 국내 제품 중 유일하다.
HD현대중공업은 ION 1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이나 다른 함정에도 바른다는 구상이다. 잠수함은 수면 위로 드러날 일이 드물고 드러나도 노출되는 면적이 작아 ION 1에 가장 부합하는 함종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함교탑이나 잠만경, 마스트에 묻히면 사실상 레이다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수출할 때도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관건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ION 1의 1㎡당 가격을 약 50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축함처럼 큰 함정의 경우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구매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보니 구매할 때 ION 1 도장 여부는 상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중론이다.
▲'포스코 강철 갑옷' 두른다
HD현대중공업은 무인함에 포스코의 고망간강도 사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고망간강은 극저온 환경에 특화된 소재인데 군에서는 자성을 거의 띠지 않는 비자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성이 흐릿하면 자기장 변화에 반응해 폭발하는 기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지난해 5월 국제 해양 방위산업 전시회(MADEX)에서 미래 함정용 신소재 연구 개발 및 실선 대상 기술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LNG 연료 탱크 등에 쓰이던 고망간강을 군함에 옮겨가겠다는 게 골자인데 후보 함으로 무인함, 기뢰 부설함, 소해함 등이 거론됐다.
포스코가 지난 1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고연성강과 방탄강도 고망간강과 혼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연성강은 힘을 받으면 늘어나 충격을 분산시키는 강재로 기존 조선용 후판보다 충격 분산율이 50%나 높다. 방탄강은 기존 후판과 비교해 두께가 30% 얇은데 방호력은 동등하거나 더 뛰어나다. 두 철강은 조타실이 자리한 군함 상부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상부가 단단하고 가벼우면 무게 중심이 튼튼해져 항해와 전투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도료와 철강을 두 축으로 우리나라 국방 신소재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규모를 더 키우려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을 하루빨리 강화해야만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군을 비롯한 정부가 나서 수요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