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신 기술 규제 아직도 표류…"중국 시장 진출에도 걸림돌"

입력 2026-10-16 14:55


"한·중 의료바이오산업은 한국의 연구개발, 임상, 품질관리 역량에 중국의 생산 기반과 시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면 많은 이점이 있지만, 오래된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국내 기업이 기술 입증을 마치고 중국 해외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술이전을 추진하려 해도, 승인 절차에만 1년 가까이 걸린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의 말이다.

2010년부터 이어진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최근의 기업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바이오 산업 협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다.

'보톡스'로 통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2010년 생산기술, 2016년 균주 지정). 생화학테러 무기 가능성 등을 토대로 한 생물안보, 국가 산업 보호가 이유다. 실제로 지정 당시에는 톡신을 배양, 정제하는 기술이나 균주 등이 글로벌에서 보편적으로 다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성장 잠재력이 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법적으로 지정·관리하는 산업기술을 뜻한다. 현재 지정된 대표 산업 분야는 반도체, 조선 등 13개 분야 79개 기술이며 보툴리눔 톡신도 그 중 하나다.

다만 톡신은 현재 광범위하게 상용화됐으며, 주요 국가의 항독소 제제 비축 등으로 생화학테러 무기로서의 가치도 과거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글로벌 미용의료 시장에서 안티에이징 등의 목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톡신 주요 수출국이다. 2022년 들어 톡신 글로벌 수출액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글로벌 수출액은 5억 65만 달러다. 올해는 6억 달러(약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서 기업들은 '국가핵심기술이 아니라면 훨씬 큰 시장 성장을 바라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한국시민교육연합이 2025년 9월 국내 18개 톡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개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해지돼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톡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해, 수출에 복잡하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손해가 생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수 상임대표는 "승인 절차가 길게는 1년 가까이 되는데 이에 따른 해외 계약 취소 및 시장 진입 지연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약 900억~1,000억 원"이라며 "승인 준비와 보안요건 충족, 전담인력 투입 등 추가 비용뿐 아니라 해외 시장 선점 기회를 잃는 기회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세미나 토론에 참여한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역시 "국가핵심기술이다보니 해외합작투자 등을 통한 생산기지 건설 등에 산자부장관의 사전 승인 내지 신고절차가 필요하고, 단순히 보톡스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도 수입국 제품 인허가 외에 생산공정에 대한 기술문서를 심사받아야 해 산자부 통제 대상"이라며 "영세한 바이오 기업들이 관련 규제 비용 지출로 경쟁력을 잃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서도 '유체물은 통상적으로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난 2024년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