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달 들어 20% 넘게 급락한 가운데 최근 하락세가 기업 실적 악화보다는 국내 증시의 수급 불안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과도한 조정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업황과 실적 전망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어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평가다.
16일 KB증권에 따르면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한국 증시의 수급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이 빚어낸 과도한 조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는 18.8% 하락하며 일본(-3.5%)과 대만(-2.0%)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1.8%, 28.9% 떨어졌다.
전날에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9.48% 하락한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11.06% 급락한 126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하락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수준)도 크게 낮아졌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확정 실적을 기준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배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슷한 저평가 구간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주가의 가파른 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둔화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고객사들의 중장기 수요 전망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역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반도체주 급락이 기업의 이익 창출력 악화보다는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는 이달 말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와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삼성전자는 29일 각각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KB증권은 양사가 이 자리에서 내놓을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현재 밸류에이션은 향후 이익 감소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익 전망은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추가 하락 위험보다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따른 상승 여력이 더 큰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59%, 782.50% 증가한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11일 와이즈리포트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매출 98조5,258억원, 영업이익 77조1,68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망대로라면 SK하이닉스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