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증시가 유럽 주요국 대비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부진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이 재점화하며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유독 회복력이 약한 코스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한국 못지 않게 프랑스 투자자들이 꽉 막힌 상황에 놓여 있다.
프랑스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달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국채 차입 비용도 상승하는 가운데 재정 우려가 증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증시 비중 높은 명품·자동차 '타격'
15일(현지시간) 파리 증시에 따르면 프랑스 대표 주가지수인 CAC40은 지난 8월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져 올들어 누적 3%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이 같은 기간 7% 오른 것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추이가 명품과 자동차 제조업체 등 부진한 업종에 대한 비중이 높은 프랑스 증시에 특히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역에 나타난 '은행주 강세'의 수혜는 프랑스에게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투자자들이 최근 프랑스 국채 시장의 급락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고 은행의 대출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소시에테제네랄,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주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두 종목은 지난 8월 초 이후 각각 20% 안팎 하락했다.
무엇보다 프랑스 증시 내 비중이 큰 명품과 자동차 제조사들의 타격이 직접적이다.
명품의 경우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수년째 침체하면서 기업 실적에 부담을 안겨 LVMH, 에르메스, 케링의 주가가 올들어 모두 30%대 낙폭을 보였다.
자동차 제조사인 스텔란티스, 르노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중국 업체들의 거센 경쟁에 전방위적 압박을 받으며 올해 주가 하락률이 각각 60%, 25%에 달한다.
FT는 "프랑스 대형주 시장은 산업재, 은행, 명품 업종의 비중이 높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에너지와 기술주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올해 프랑스 증시 상승분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토탈에너지스 등 반도체와 에너지주에 집중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국채 10년물 금리 5% 육박…뒤흔드는 재정불안
문제는 이렇게 벌어진 유럽 주요 시장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3조5,000억 유로(약 5,26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한다. 재정 적자는 3년 연속 GDP 대비 5%를 넘었다. 올해는 5.4%에 달할 걸로 전망된다.
프랑스 정부는 GDP 대비 적자 비율을 5%까지 내리겠다는 목표로 최근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2024년 이후 총리가 세 번 바뀔 만큼 의회 분열이 극심한 데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 탓에 내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권 시장도 요동치면서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2월 3.2%대에서 최근 5%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프랑스 재정 위기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 등 더 안전한 채권으로 갈아타고 있다.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재정 전망이 한층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에마뉘엘 코는 예산안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4월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몇 주간 프랑스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너럴리자산운용 리서치 책임자인 뱅상 셰노 역시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신뢰가 낮으며, 선거 때까지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째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학생 시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교육 문제를 넘어 더 광범위한 사회적 불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번 시위는 긴축 재정 등 정부 정책과 유가 급등에 따른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