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거래일 연속 추락"…속 타는 개미들 더 두려운 이유

입력 2026-10-15 16:53
수정 2026-10-16 00:38
외국인 이달 18조원 가까이 순매도…삼전닉스 집중 매도 국민연금 매수 여력 제한·자사주 매입 마무리에 수급 공백 AI 투자 수익성 우려 확산…반도체 실적 발표가 반등 분수령


외국인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8조원 가까이 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454.59p(7.57%) 내린 5,554.22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 폭과 하락률 모두 지난 7월 28일(732.09p, -10.84%)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63.06p(7.65%) 내린 760.82로 집계됐다. 코스닥은 63.06p 내린 760.82로 장을 마쳤다. 하락 폭으로는 지난 6월 23일(76.88p) 이후, 하락률로는 7월 28일(-7.72%) 이후 최대다.

개장 직후부터 낙폭이 커져 코스피에서는 개장 7분 만에, 코스닥에서는 12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오후 들어서는 두 시장 모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양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7거래일째 내림세로, 2024년 9월 3∼11일(7거래일)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특히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수를 짓눌렀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달 1일(1,194억원 순매수)을 제외하면 계속 팔았다. 일별 순매도액은 2일 1,080억원에서 6일 1조7,577억원으로 뛰었고 13일 4조5,789억원, 14일 1조1,791억원, 이날 3조6,46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29%(한국거래소 기준)로, 지난 5월 4일(38.17%) 이후 가장 낮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조8,156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9조2,90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이달 삼성전자 주가는 21.8%, SK하이닉스 주가는 28.9%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은 (시장) 금리 수준에 따른 채권 투자 매력 확대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시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미국채 금리 하락에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수급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장에선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오픈AI의 9월 말 기준 연 환산 매출이 당초 알려진 700억달러가 아닌 500억달러 수준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회계상 집계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브로드컴과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AI 투자를 위한 자본 조달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간밤에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부정적 전망도 더해졌다. 가트너는 2026년 약 1조 달러에 이어 2027∼2030년 추가로 6조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른 투자 비용과 금융 비용을 감안해 12%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내려면 2030년까지 8조5,000억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지만, 실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최대 3조6,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개장 전 나온 앤트로픽의 3분기 실적도 시장의 높아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3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45% 늘었지만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앤트로픽의 분기 매출은 1분기 47억달러, 2분기 115억달러, 3분기 168억달러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부담이 됐다.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시장 예상치(3.6%)를 웃돌았다. 금리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1.88% 떨어졌고 엔비디아(-3.16%), 브로드컴(-3.16%), 마이크론(-4.08%) 등 반도체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방 비둘기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 확인된다면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 예상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빈자리를 메울 개인과 기관의 여력도 넉넉지 않다. 통상 지수가 급락할 때 매수에 나서던 국민연금은 상반기 상승장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아 지금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점차 마무리되면서 지수 방어선이 사라졌고, 반발매수세 유입에 따른 기계적 반등마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와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이 그나마 기대할만한 일정"이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여기에 추가 주주환원책도 발표한다면 안도 시그널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