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유명 셰프와 전국 맛집의 상품 800여개를 앞세워 프리미엄 식품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컬리가 차별화된 신선식품과 고급 간편식으로 경쟁력을 쌓아온 시장에 쿠팡이 대규모 고객 기반과 배송 인프라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배송 속도와 가격을 넘어 독점상품 확보와 고객 구매금액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객단가 전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국 맛집 메뉴 한곳에"…800여종 '미식관' 열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쿠팡은 로켓프레시에 미식 전문관 '하우스 오브 테이스트'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입점 브랜드는 200여개, 판매 상품은 8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유명 셰프 브랜드가 20여개, 전국 맛집 브랜드가 140여개를 차지한다. 전체 입점 브랜드의 약 80%가 셰프 또는 맛집 관련 브랜드인 셈이다.
이 가운데 와우회원은 로켓프레시 새벽배송으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단순한 신선식품 판매를 넘어 유명 음식점의 브랜드 경쟁력을 로켓프레시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국 맛집과 협업한 레스토랑간편식(RMR)도 선보인다. 쿠팡은 닭요리 전문 브랜드 '팔각도'와 손잡고 개발한 상품 4종을 단독 출시했다. 유명 셰프들과 공동 개발한 상품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이 집에서도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차별화된 미식 상품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다른 플랫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차별화 상품을 확보해 재방문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2470만 고객 앞세운 쿠팡…컬리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쿠팡이 프리미엄 식품시장에 힘을 싣는 배경엔 대규모 고객 기반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은 2,4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직전 분기 2,390만명과 비교하면 약 80만명 늘었다.
쿠팡은 이처럼 확보한 고객 기반을 활용해 기존 생필품과 신선식품 구매 수요를 고급 간편식과 맛집 상품으로 확대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고객이 장보기 상품과 함께 프리미엄 식품을 추가 구매할 경우 주문 한 건당 결제금액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쿠팡의 미식관은 새벽배송의 속도와 가격 경쟁을 넘어 컬리가 장악한 프리미엄 식품 시장에 쿠팡이 로켓프레시의 배송망과 고객 기반을 앞세워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독점 상품 확보와 객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반면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에 특화된 상품 기획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컬리는 차별화된 신선식품과 유명 맛집의 간편식, 고급 식재료 등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구축해 왔다. 이번 쿠팡의 프리미엄 식품군 확대로 양사의 핵심 상품 경쟁 영역이 더욱 겹치게 된 것이다.
결국 쿠팡이 대규모 고객 기반과 배송 인프라를 활용해 구매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전문성과 상품 차별화를 통해 충성 고객을 지키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독점상품 확보 경쟁…가격보다 차별화로 승부
쿠팡과 컬리 양사의 경쟁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독점상품이다. 일반적인 신선식품은 경쟁 플랫폼 간 가격 비교가 쉽다. 반면 유명 셰프나 맛집과 공동 개발한 독점상품은 동일한 상품을 다른 플랫폼에서 구매하기 어려워 차별화에 유리하다. 쿠팡이 팔각도와 공동 개발한 간편식 4종을 단독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쿠팡이 미식관 전체 800여개 상품 가운데 독점상품 비중이 20~30%까지 확대된다고 가정하면 약 160~240개의 차별화 상품을 확보하게 된다.
독점상품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이 특정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 이유도 커질 수 있다. 가격 할인 경쟁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재구매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컬리 역시 자체 기획상품과 차별화된 브랜드 구성을 통해 프리미엄 식품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양사의 상품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수익성"…누가 더 많이 남기나
프리미엄 식품 경쟁의 최종 승부처는 수익성이다.
이미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장금이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쿠팡In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3조3,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8,35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누적 영업손실이 1조1,895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식품 판매 확대가 실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높은 판매단가뿐 아니라 상품별 매입원가와 협업 비용, 물류비 등을 고려한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컬리 역시 프리미엄 식품의 상품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향후 새벽배송 경쟁의 핵심이 단순한 상품 수 확대를 넘어 독점상품의 판매 성과와 고객 재구매율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미식관을 통해 기존 고객의 구매금액을 높이고 컬리의 프리미엄 식품 고객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반대로 컬리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으로 시장을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설명이다.
이 교수는 "쿠팡은 폭넓은 고객 기반과 배송망을,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의 상품 선별력을 강점으로 갖고 있어 양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의 재구매를 이끌어야 하는데,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배송 속도로 시작된 새벽배송 경쟁이 이제는 고객의 장바구니에 얼마나 많은 상품을 담게 하느냐를 둘러싼 '객단가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