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서버용 D램 출시를 예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국내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상당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도체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최근 차세대 서버용 D램에 '4F²(포에프스퀘어)'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식은 국내 반도체주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4F²는 기존 D램보다 좁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현재 D램 설계에 주로 적용되는 '6F²'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셀의 면적을 33% 줄인 것으로, 이를 위해 메모리 셀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일종의 3D 기술을 적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찌감치 4F²기술을 연구해왔다. 다만 기술 구현 자체보다 실제 양산 과정에서 수율을 확보하고 제조 비용을 낮추는 것이 더 큰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4F²기술을 적용한 D램을 못 만드는 게 아니다"며 "수율을 높여야 하는 등 리스크가 크고, 그만큼 생산 원가가 높아 양산 제품에 적용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따른 초호황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자 CXMT가 추격에 나선 모양새다.
CXMT가 만들어 내는 메모리 반도체 원가는 여전히 한국 기업보다 높지만, 전반적인 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D램 설계가 3D로 바뀌는 전환점에서 4F²기술은 중요한 교두보로 여겨진다. 여기서 발전을 거듭하면 결국 한국과 중국 업체의 실력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은 각각 7.39%와 10.09% 급락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CXMT의 발표를 실제 기술력보다 부풀려진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XMT가 4F²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구체적인 성능이나 출시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CXMT의 기술 추격을 우려할 수 있으나, 단기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양산이 개시된 것이 아닌 단순 가이드라인 제시이기에 '기술 추월'은 과대 해석"이라며 "삼성전자는 10나노급 미만에서 완전한 4F²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CXMT는 12나노급에 이 기술을 부분 적용하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전자와는 (기술 수준이) 1.5∼2세대 차이 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역시 CXMT의 기술 발전에 걸림돌로 꼽힌다. 핵심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중국의 연구개발(R&D) 능력이 빠르게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과거에는 기술 격차가 커서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이던 중국이 이제는 뒤에서 따라오는 게 보이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라며 "줄곧 1등을 달리던 한국이 이제 2등의 추격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만큼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연구인력이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반도체 연구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