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무너졌다. 시장은 두 회사의 주가 폭락 원인으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발표한 신기술을 꼽았다. 크게 벌어져 있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은 곧바로 의문에 봉착했다. 중국의 추격이 진짜 원인이라면 신기술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했어야 할 CXMT 역시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도체주 급락의 본질을 중국의 기술 추격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찾고 있다.
● '차이나 쇼크'는 방아쇠… 진짜 공포는 '피크아웃'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39%급락한 23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10.09%폭락해 144만 3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직접적인 트리거는 차오칸위 CXMT 총재가 차세대 4F²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최소 3년 이상 격차가 있다고 평가받던 중국 반도체 기업이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의 기술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하락을 이끈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 진짜 원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CXMT가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한 것이 사실이라면 CXMT 주가는 급등했어야 했지만, 이 회사의 주가도 최근 1개월 간 13% 가량 하락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하락장을 지배하는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아웃 공포'다. 현재 D램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꺾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3~18%수준이었던 PC용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은 4분기 3~8%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은 이 같은 '기울기 둔화'를 뚜렷한 사이클 정점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전년 동기 대비(YoY) 실적을 보는게 아니라 직전 분기 대비(QoQ) 실적을 보는것도 이런 이유다.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반도체 제조사들은 호황기를 길게 가져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사이클 산업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 2028년에는 반도체 공급 늘어날까…짓눌린 투자 심리
다가오는 대규모 공급 리스크도 하락장을 부추긴 핵심 요인이다. 무엇보다 CXMT 대규모 양산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질 2028년 무렵에 업황 다운턴이 겹치면 심각한 과잉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크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 더해 글로벌 경쟁사들의 대규모 증설 소식까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먼저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하반기부터 최첨단 D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8일에는 도시바마저 대규모 낸드플래시 증설 계획을 내비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날 CXMT 주가는 7.79% 하락하며 상장 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당시 중국 매체들도 자국 반도체 기업 주가 하락 원인으로 글로벌 증설 소식에 흔들린 반도체 사이클을 언급했을 정도다.
이처럼 D램과 낸드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의 증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에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꺾이게 된다면 반도체 가격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공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 수율 40% 한계… 중국 투자자들도 냉정했다
신기술 발표라는 호재를 보고도 CXMT 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 투자자들 역시 자국 기업의 기술적 한계와 글로벌 메모리 사이클 하락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XMT는 상장 첫날 주가가 5배 가까이 뛰었고 한때 텐센트를 넘어 중국 시총 1위에 오를 만큼 기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 이번 기술 발표를 두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신제품 발표에는 구체적인 사양, 수율, 고객사 정보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CXMT 범용 D램 수율은 40%수준에 불과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목표 수치인 80~90%수준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게다가 서버 메모리 시장은 하이퍼스케일러의 까다로운 신뢰성 인증을 통과하는 데 통상 1년이상이 소요된다. 더구나 미국 수출통제라는 지정학적 규제 리스크까지 안고 있어 서방 고객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시장 역시 단순한 '출시 선언'이 실제 '매출'로 직결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점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