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주식시장의 낙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반등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외국인의 유의미한 규모의 순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외국인은 왜 이렇게 국내 주식을 거침없이 던지고 있는건지,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할 연기금의 손발이 묶인 이유는 뭔지, 국내 증시 수급상황을 체크해보겠습니다.
증권부 전효성 기자 나와있습니다. 전 기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정말 매섭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어마어마한 물량을 던졌다고요?
<기자>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03조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대형주들의 지분율도 크게 떨어졌는데요. SK하이닉스 지분율은 49.12%, 삼성전자는 46.18%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과거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앵커>
최근 2거래일간 8조원, 올해에만 200조원이 넘게 팔았다면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많이 줄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기자>
문제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200조원 넘게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38.77%에 달합니다. 지난 6월 고점이었던 41.58%와 비교하면 겨우 2.8%P 정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연초 보유 비중이었던 36.65%보다는 오히려 높습니다.
<앵커>
그렇게 많이 팔았는데도 여전히 비중이 높은 이유는 뭡니까?
<기자>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들의 지분이, 올해 상반기 급등장을 거치며 평가 이익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즉, 국내 주식을 내다 파는 속도보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입니다.
대형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이제 바닥이니 살 때다'라고 낙관하기보다는, 코스피 전체로 보면 여전히 외국인 비중이 역사적으로 높아 추가적인 매물 출회가 가능하다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10년 평균 수준인 35%까지만 비중을 줄인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던질 물량이 많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결국 코스피 지수가 9000에서 6000으로, 코스닥이 1200에서 800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아직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이렇게 시장이 급락할 때는 통상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등판해서 방어선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요.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최근 2거래일간 외국인이 8조원 가까이 매도하는 동안 연기금의 순매수는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의 투매 물량을 오롯이 받아냈죠.
연기금이 방어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건 이미 꽉 막힌 주식 보유 한도 때문입니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24.9% 수준이었습니다. 연말 목표 비중이 20.8%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연기금 역시 주식을 팔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전략적 허용 범위인 +6%를 적용하면 당장 기계적으로 매도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미 허용 범위 상단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급락장에서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일찌감치 리밸런싱을 진행해서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여력, 즉 '캡'을 열어두었다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수급 측면의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반면에 채권 쪽 비중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하던데, 이 부분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기자>
7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은 전체 자산의 16.8%에 불과해 연말 목표치인 23.1%보다 크게 낮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6조원이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지난 12일 아시아 증시 중에서 유독 한국 시장만 크게 폭락했고 국내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채권 강세가 나타났는데요.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본격적인 리밸런싱에 나서기 전에, 이를 예상한 자금들이 채권 시장으로 선제적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