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차량 구매 비용과 유지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차와 보조금 혜택을 받는 전기차로 소비자 선택이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 대수는 42만1,1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2013년 연료별 등록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1~9월 기준 하이브리드차 등록 대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리드차는 가솔린차보다 연료 효율이 높지만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싸다는 부담이 있다. 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량 운행 거리가 짧은 소비자에게는 연료비 절감 효과보다 구매 가격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은 4,022만원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365만원 비싸다.
두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와 지난 1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L당 약 1,857원을 적용하면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경우 하이브리드의 초기 구매 가격 차이를 연료비 절감으로 회수하는 데 약 5년이 걸린다. 장거리 운전이 잦은 소비자에게는 하이브리드가 유리하지만 운행 거리가 짧다면 가솔린차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과 보조금 혜택을 앞세워 판매를 늘리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9만6,80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8%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일부 전기차는 비슷한 차급의 하이브리드차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기아의 전기 SUV EV5 롱레인지 에어는 정부와 서울시 보조금을 적용한 가격이 3,858만원으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기본 가격인 3,963만원보다 105만원 낮다. 기아의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 등 새로운 차종의 등장도 전기차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8세대 ES의 순수 전기차 기본 트림 가격을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130만원 낮게 책정했다. 중국 BYD 역시 3,750만원부터 시작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만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매 보조금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점은 변수다. 향후 보조금 지원 규모와 지급 조건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공급과 수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4분기에는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고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등 신차도 나오는 만큼 연말엔 반등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사진 = 연합뉴스, 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