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억원…"단일종목 레버리지, 진심으로 송구"

입력 2026-10-08 15:53
수정 2026-10-13 19:12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상품 도입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했고, 여당은 이를 이용한 외국계 초단타 매매 등을 문제 삼았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1월6일 금융위 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상품 도입을 건의했지만 당시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이를 찬성하거나 건의한 곳은 없었다"며 금융위와 금투협이 사전에 공조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1월13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렸고,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회의를 주도하며 단일종목 ETF 도입 문제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상품 출시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경위를 파고 들었다. 송 의원은 "1월 금융위 자료에는 상품 출시 시점이 하반기로 제시됐지만 3월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 출시로 바뀌었다"며 "조기 출시 결정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한창희 사회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국내 투자자의 해외 단일종목 ETF 투자 규모가 약 831억원에 불과했다"며 수요가 미미한 고위험 상품을 국내에 허용한 판단이 적절했는지 따져 물었고,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확정 손실이 2조3천억원에 달한다"며 투자자 손실과 상품 구조에 따른 부작용을 질타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상품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을 국내로 돌리고,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해외와 유사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는 기존의 입장만 반복했다. 이어 "당시 해외 ETF 투자에서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2.2%에 달하는 등 향후 고위험 상품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이용한 외국계 고빈도매매(HFT) 업체들의 불공정거래 등을 도마 위에 올렸다. HFT는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1초에 수천~수만 건의 주문을 내며 차익을 얻는 거래 기법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HFT 업체들이 레버리지 ETF의 종가 리밸런싱을 이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뒤 저가에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긴 점을 증시 변동성 확대 주범으로 꼽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의 책임이 상품 자체보다는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계 증권사의 놀이터가 되도록 손 놓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현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월평균 2,700조원이었던 HFT 거래대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인 6~8월 4,200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8월 주식·파생상품시장에서 HFT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 계좌 비중은 85%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영업수익만 8천억원에 달하는 등 외국계 HFT 회사들을 전략적으로 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고빈도매매로 과징금 처분까지 받은 시타델증권이 거래소 자문위원이기도 한데, 이런 불법 행위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난 2023년 시타델증권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취소된 바 있다.

이억원 위원장은 "HFT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소에서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계속 더 엄격하게 봐서 위법행위를 발견할 경우 즉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국민 사과 요구에도 적극 응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