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대신 식물에서 찾은 피부 재생 소재…새 가능성 열었다

입력 2026-10-08 09:42
수정 2026-10-08 10:06
차의과학대학교 황혜주 교수팀, IFSCC 2026서 식물 유래 PDRN 연구성과 발표 친환경 바이오 소재에서 종사자 정신건강까지 ‘지속가능한 K-뷰티’ 제시
연어 등 어류에서 얻던 피부 재생 소재 PDRN을 식물에서 찾으려는 한국 연구진의 연구성과가 세계 화장품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차의과학대학교 황혜주 교수(일반대학원 의학과 보건학전공) 연구팀은 호주 퍼스에서 열린 ‘2026 세계화장품학회(IFSCC Congress)’에서 돌외캘러스와 산삼배양근을 활용한 식물 유래 PDRN의 피부 재생 효능과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성과와 함께 ‘재조합 3GF 복합체 연구’, ‘뷰티 종사자의 자기자비·회복탄력성과 정신건강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포스터 발표자로 황 교수를 비롯해 황평화 박사(온휴뷰티원장), 김주영 박사(온휴 헤드스파원장), 노현정 강사(백석문화대), 박민경(박사과정·네일소녀 대표) 연구자가 참석한데 이어 바이오에프디엔씨(식물세포플랫폼) 모상현 대표와 문창배 연구소장도 산학협력 파트너로 함께했다. 황 교수는 연구팀이 발표한 3편의 연구에서 지도교수이자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어에서 얻던 PDRN, 식물에서 찾았다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은 DNA에서 유래한 핵산 조각으로 피부 재생과 회복 분야에서 활용되는 소재다.

현재 연어 등 어류 유래 PDRN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연구팀은 바이오에프디엔씨와 함께 식물 유래 소재로 대체할 가능성에 주목하였으며, 식물세포 유래 PDRN을 연구 개발한 바이오에프디엔씨(KOSDAQ251120)의 돌외캘러스와 산삼배양근을 원료로 활용하였다.

연구팀은 사람 각질형성세포(HaCaT)를 이용한 상처치유 실험에서 식물 유래 PDRN 2ppm과 연어 PDRN 400ppm을 비교했다.

같은 조건에서 약 30시간 뒤 △돌외캘러스 PDRN은 60% 이상 △산삼배양근 PDRN은 약 55% △연어 PDRN은 약 50%의 상처치유율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황 교수는 “같은 세포실험 조건에서 식물 유래 PDRN 2ppm은 연어 PDRN 400ppm, 즉 200분의 1 농도로도 같거나 더 나은 상처치유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 수준(in vitro)의 실험으로 사람 피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아니다. 또 연어 PDRN 400ppm은 최적 효능 농도가 아니라 기존 동물 유래 PDRN 연구에서 효과가 보고된 고농도 범위를 참고해 설정한 대표 비교 농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해외 연구자 “코스메슈티컬의 패러다임 바꿀 수 있나”

학회 현장에서도 식물 유래 PDRN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황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는 PDRN이라고 하면 아직 연어와 같은 어류 유래 성분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돌외와 산삼배양근에서 추출한 식물 유래 PDRN을 소개했을 때 연구자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특히 한 해외 연구자는 이번 연구가 코스메슈티컬 산업에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동물 유래 조직 재생 기술에서 지속가능한 식물 유래 바이오테크놀로지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비건 인증이 가능하다는 점과 낮은 농도에서도 피부 재생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 해외 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며 “식물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화장품의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피부의 재생에서 ‘사람의 마음’으로

황 교수팀이 이번 국제학회에서 제시한 ‘지속가능성’은 화장품 원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구팀은 식물 유래 PDRN과 함께 재조합 성장인자 복합 처리를 통한 피부 재생 연구, 뷰티 종사자의 자기자비·회복탄력성과 정신건강을 다룬 연구도 함께 발표했다.

황 교수는 서로 다른 세 연구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뷰티(Sustainable Beauty)’를 제시했다.

친환경 바이오 소재와 피부 재생 과학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뷰티 종사자의 정신건강까지 함께 고려해야 산업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피부를 치유하는 친환경 바이오 과학과 테라피스트의 마음을 보살피는 인간 중심 관리가 결합할 때 진정한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K-뷰티에서 K-뷰티 사이언스로”

황 교수는 이번 IFSCC 참가를 통해 한국 화장품산업의 달라진 위상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브랜드 기업뿐 아니라 OEM·ODM 기업, 원료 개발사와 대학 연구진 등이 국제학술무대에서 활발하게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황 교수는 “K-뷰티는 이제 감성적 마케팅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첨단 바이오테크가 결합된 ‘K-뷰티 사이언스’로서 세계 시장의 기준을 세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어에서 식물로, 그리고 피부의 재생에서 사람의 마음으로. 한국 연구진이 국제무대에서 제시한 연구의 방향은 결국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이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효과 좋은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과 피부, 그리고 이를 다루는 사람까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뷰티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식물 유래 PDRN 연구는 그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탐색하는 한국 연구진의 새로운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