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장 선임이 제자리걸음이다. 전날(6일) 열린 2차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도 결론은 없었다. 신학기 현 행장이 3표,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2표를 얻은 1차 회의(9월 22일)와 같았다. 보름이 지났지만 표심은 한 칸도 움직이지 않았다.
교착의 핵심은 의결 요건에 있다. 행추위는 재정경제부(추후 기획예산처로 변경)·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 추천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2명 등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 추천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즉,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 행장은 과반을 확보했지만 최종 후보 추천에 필요한 동의에는 1표가 부족하다.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구조가 현실에서는 '거부권'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번 일이 처음도 아니다. 수협은행은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이후 행장 선임 절차를 4차례 진행했고 이번이 다섯번째다. 무난하게 넘어갔던 적은 2024년 신학기 현 행장 선출 때가 유일했다. 앞선 4번 중 3번이 재공모였다면 예외가 아니라 관행에 가깝다.
국내 은행 가운데 정부가 행추위원을 공개적으로 보내는 곳은 사실상 수협은행이 유일하다. 수협은행이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받았고 2022년 예보에 채권을 넘기며 전액 상환했다. 하지만 내년 말까지 채권 만기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정부 추천 위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번 행추위에서는 정부 측 3표마저 갈리며 각자의 이해관계를 여과없이 노출했다.
행추위는 10월말이나 11월초에 3차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신 행장의 임기는 11월 17일까지다. 답답하게 흘러가자 노조도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해형 수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최고경영자 선임이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냐"고 따졌다. 신 행장은 경영의 연속성, 이 원장은 금융정책 전문성이 강점인 만큼 충분한 검증과 토론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3차 회의 일정을 앞당길 것도 요구했다.
쟁점은 누가 행장이 되느냐가 아니다. 두 후보가 같은 표를 반복해서 받는 동안 은행은 수장 공백이라는 불확실성을 떠안는다. 4표 요건과 정부 추천 위원 구성이 지금의 은행 여건에 맞는지 점검할 시점이다. 이번 선임을 마무리하더라도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2년 뒤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