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과 유족 단체 등이 친일재산으로 의심된다며 국가 귀속을 요청한 토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수 절차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가 유보된 토지만 105필지에 달하는 가운데 오는 12월 출범하는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이들 토지를 국고로 제대로 환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법무부와 광복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6년부터 광복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총 190필지의 친일재산 환수 요청을 민원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법무부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등 환수소송을 제기한 토지는 85필지에 그쳤다. 나머지 105필지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 제기를 유보했다.
법무부가 소 제기를 유보한 친일재산에는 '매국노' 이완용(1858∼1926)이 1912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소유권을 취득해 손자에게 상속한 토지도 포함됐다.
광복회는 2021년 충남 아산시 영인면 구성리 362-10의 도로 용지 40㎡(12평)의 국가 귀속을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환수소송 제기 여부조차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2006∼2010년 활동한 1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이완용이 실제 소유했던 부동산이 2천234만㎡(약 676만평)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국가가 환수한 건 1만928㎡(3천306평)로 0.05%에 불과하다.
올해 연말부터 친일재산조사위가 재가동되면서 그간 환수 작업이 유보된 토지들도 본격적으로 다시 살펴볼 전망이지만 현황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일재산조사위 준비단은 소송이 유보된 친일재산 등을 토대로 환수 대상 규모가 최소 3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친일 재산 의심 토지에 대한 환수 요청 처리 현황'을 묻는 서영교 의원실 질의에 "전체 환수 요청 현황은 별도의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개별 사안별로 친일 재산 해당 여부와 환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친일재산조사위 준비단도 "민원별 친일재산 해당 여부와 국가귀속·환수 가능성 등에 관한 법무부의 개별 검토 자료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1기 조사위가 활동을 종료한 뒤 법무부가 현재까지 맡은 친일 재산 환수 소송은 모두 108건에 이른다. 판결이 확정된 105건 중 국가가 이긴 소송은 101건(일부 승소 포함)으로 전체 승소율은 96.1%이다.
나머지 3건은 현재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신우선·박희양 후손에게 제기한 소송으로 소송가액은 모두 133억원에 이른다.
친일재산조사위는 후손이 이미 친일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그 대가를 국가에 귀속시킬 계획이다.
숨겨진 친일 재산을 찾기 위한 신고 포상금 제도도 도입했다.
서영교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어렵게 찾아낸 친일재산을 국가가 자료 부족을 이유로 외면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무부와 친일재산조사위는 소송이 유보된 105필지 전체를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