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 의붓딸 성폭행한 20대…'친족 불인정'에 실형 면해

입력 2026-09-24 10:20
경찰 준강간 송치→검찰 친족관계준강간 기소→법원 준강간 선고


큰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인 여성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과 법률상 또는 사실상 친족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보다 형량이 낮은 형법상 준강간죄를 적용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직권으로 '형법상 준강간'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8일 밤 청주의 자택에서 큰아버지의 의붓딸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B씨가 술에 취해 잠들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의 큰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이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수사 단계부터 A씨와 B씨의 친족관계 인정 여부를 놓고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엇갈렸다.

경찰은 두 사람이 친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형법상 준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반면 검찰은 B씨가 사실상 A씨의 사촌동생과 같은 지위에 있다고 판단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의 법정형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상 준강간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죄는 정상참작을 해도 형기 최대 하한이 징역 3년 6개월이다. 3년 이상의 징역형은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신미약 등 별도의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다면 A씨에 대한 실형 선고는 불가피했다.

A씨는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토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이 친족에 대한 범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활 관계나 역할 등이 혈족과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의 혈족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큰아버지와 피해자는 사실상의 인척일 뿐이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사실상의 혈족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평소 가족같이 지내던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을 이용해 간음해 죄질이 좋지 않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이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