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속력과 대응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수개월 내 군사 행동이나 사보타주(파괴 공작)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유럽 정보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주 이뤄진 유럽 정보당국 수장 3명과 각각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체코 안보정보국(BIS)의 수장인 미할 코우델카 국장은 체코 프라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드론 활동을 증대하거나 인접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소규모의 침공을 계획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한적 형태의 침공, 위장 도발, 대대적인 여론 공작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몇 달 안에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정보당국도 올해 가을부터 2029년 사이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겨냥해 제한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코우델카 국장은 현 러시아의 전술을 두고 "긴장 확산 통한 긴장 완화"라며 "러시아는 긴장 확산을 충분히 시킬 경우 유럽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라트비아 정보당국인 국가안보국(VDD)의 노르문츠 메주비에츠 국장은 다른 인터뷰에서 "임박한 공격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러시아가 유럽에서 좀 더 결정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메주비에츠 국장은 "러시아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서방 사회에 공포와 불확실성을 퍼뜨리려는 총체적 시도의 일환일 뿐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스웨덴군의 정보당국 수장인 토마스 닐손 중장은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콘퍼런스 참석 도중 한 인터뷰에서 "나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진심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란 진지한 고려를 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닐손 중장은 특히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드론 공격 시도를 언급하며 "유럽 한복판의 번잡한 공항에 무장 드론이 날아든 것"이라며 "인명 피해나, 핵심 인프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공격이 발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세 정보당국 수장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대상으로 사보타주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불특정 시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직접 관련된 시설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주비에츠 국장은 "러시아가 철도 인프라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인프라를 노리는 정황을 보이며, 최근 들어서는 방위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런 공격은 심리적 효과까지 함께 얻으므로 러시아로선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닐손 중장은 러시아의 사보타주 목적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억제와 나토의 분열 등이 놓여있다며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나토가 조약 4조에 따른 긴급 협의까지만 하고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이 자국 안보에 위협을 느낄 경우 동맹국에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행동을 포함한 원조에 나서는 집단방위 원칙이 명시돼 있다.
유럽 각국 정상들도 정보당국의 분석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17일 폴란드 의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는 나토 조약 5조가 관념적인 것인지 실제 작동하는 것인지를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8일 대선 주자 및 정당 대표들과 회의를 한 뒤 유럽이 러시아발 하이브리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드론과 사이버공격 등으로부터 핵심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 추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