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신은 건강하십니까] “주식창 자꾸 열어본다고 주가 오르지 않습니다”

입력 2026-09-21 11:04


분명 5분 전에 확인했다. 특별한 뉴스가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느새 손가락은 다시 주식 앱을 열고 있다. 숫자가 빨간색이면 잠깐 안도하고, 파란색이면 가슴이 철렁한다. 앱을 닫아놓고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그 사이에 더 떨어진 건 아닐까.’ 결국 몇 분 뒤 다시 주식창을 연다.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투자 손실을 크게 본 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가를 확인한다는 분이 있다. 국내 장이 끝나면 미장이 기다리고 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한다. 새벽에 잠깐 눈을 떴다가도 습관처럼 손이 움직여 지수를 확인한다.

“안 보면 더 불안해서요.”

이 말에는 꽤 중요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 손실이 클수록 왜 자꾸 확인하게 될까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을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loss aversion)다. 대체로 우리는 무언가를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구나 투자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요소가 붙는다. 이미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괴롭지만,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뇌는 불확실성을 불편해한다. 우리는 모두 모호한 것을 싫어하고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확인함으로써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감을 되찾으려 한다. 주식 앱을 여는 것도 그중 하나다.

▼ 문제는 확인이 실제 통제와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주식창을 한 번 더 연다고 해서 기업의 실적이 달라지거나 금리가 움직이거나 주가의 방향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확인하는 순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는 느낌이 든다. 불확실성이 잠깐 줄어들고 불안도 조금 가라앉는다.

바로 그 ‘잠깐’이 중요하다. 확인하면 편해지는데, 왜 더 자주 확인하게 될까. 불안해서 주식창을 열었더니 별일이 없다. “다행이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하나를 학습한다.

불안하다 → 확인한다 → 안심한다.

다음번에 불안이 올라왔을 때 뇌는 다시 같은 해결책을 요구한다. 확인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루 몇 번이었던 것이 점점 잦아질 수 있다.

그런데 확인으로 얻은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또 확인한다. 다시 잠시 안심한다. 그리고 또 불안해진다. 이렇게 되면 확인은 불안을 해결하는 행동보다 오히려 불안이 스스로 가라앉을 기회를 빼앗는 행동이 되 버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여러 다른 불안 문제에서 같은 맥락으로 마주할 수 있다.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이 몸에 이상이 없는지 반복해서 검색하고, 맥박을 재고, 가족에게 “나 괜찮아 보이지?”라고 묻는다.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답장이 왔는지 계속 메신저를 확인한다. 시험 결과나 합격 발표를 기다리면서 이미 확인한 페이지를 몇 분마다 새로고침하기도 한다. 내용은 달라도 구조는 비슷하다. 불확실성은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확인하고, 확인해서 잠시 편안해진다. 그 편안함 때문에 다음에는 더 빨리 확인하게 된다.

▼ 목표는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투자하는 사람이 주가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투자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 확인하는 것과 불안을 낮추기 위해 확인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볼 수 있다.

‘지금 주식창을 여는 것이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불안해서인가?’

후자라면 확인을 즉시 하는 대신 조금 미뤄보는 것도 방법이다. 5분마다 확인하고 있었다면 30분 뒤에 보기로 정하거나, 아예 하루 중 확인할 시간을 정해두는 식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불안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손이 가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견뎌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사실을 배우게 된다. 확인하지 않아도 불안은 계속 커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스스로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주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도, 중요한 사람의 답장을 기다릴 때도, 자녀가 무사히 귀가하기를 기다릴 때도 우리는 불확실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휴대전화 덕분에 그 불확실성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단이 많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불확실성을 더 잘 견디게 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마음이 불안할 때 우리는 무언가를 더 알아야 편안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모르는 상태를 잠시 견디는 힘일 때도 있다. 주식창을 열어 숫자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은 쉽다. 불확실한 채로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주가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주식창을 여는 횟수일지도 모른다.

<자문> 김기원 가야삼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의학박사,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 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

<이미지 생성 = 챗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