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반도체를 겨냥한 표적 관세 도입 방침을 재차 꺼내 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출연해 반도체에 대해 '표적화되고 신중하게 설계된 관세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여부에 따라 관세 부담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에서 제조시설을 지으면 관세 감면 혜택을 줄 것이고, 짓지 않는다면 세계 최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관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현지 생산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해왔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막대한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정책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의 반도체 표적 관세 부과 방침이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에 견지해 온 정책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그간 진행해 온 대미 투자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기반 확대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테일러 팹2) 착공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4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추가적인 미국 투자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업계는 이번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메이드 인(Made in) USA'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유도해 자국 빅테크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자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취지로,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여러 정책을 통해 강조해 온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이다.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이 아직 실질적인 조치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
산업부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수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