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 비상사태 선포?…트럼프, 가능성 배제 안 해

입력 2026-08-12 18:29
유권자 ID법 관련 언급에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이른바 'SAVE 법안(유권자 ID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이를 명분 삼아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공개된 보수 성향 방송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웨인 앨런 루트가 국가안보 비상사태 선포 시나리오를 언급하자 이런 시나리오가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루트는 SAVE 법안을 거론하며 "만약 그들(의회)이 SAVE 법안을 끝내 처리하지 못하면 대통령에게는 선거를 위한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이는 연방의회 양원의 3분의 2 찬성투표로만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에는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났다는 것만 말해두겠다"며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답했다. CNN 방송은 이런 화법을 두고, 가상 상황에 대한 질문에 극단적인 제안이라도 이를 명확히 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답하는 '트럼프식 화법'이라고 짚었다.

SAVE 법안은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 서류 제출과 투표 시 사진 부착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고, 각 주가 유권자 명부를 국토안보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정성을 내세우며 수개월간 이 법안 처리를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해왔지만, 상원에서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선거 통제권을 쥐려는 야심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연방정부와 공화당이 "최소 15곳(주)에서 선거(관리)를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선거는 통상 주 정부가 주관하고 연방정부는 지원 역할을 맡아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SAVE 법안 등을 통해 연방정부의 선거 관리 권한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선거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SAVE 법안에 대한 집착이 더 과감한 조치를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