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심장소리 들어야 임신중단"...법안에 여성들 '격분'

입력 2026-08-10 08:36


칠레에서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에게 시술 전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 중이다.

칠레의 이른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어라'(Escucha su corazon)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의 반발을 아르헨티나 채널26이 9일(현지시간)보도했다.

강경 우파 성향의 크리스토발 우루티코에체아 의원을 및 국민자유당(PNL), 공화당, 국가쇄신당(RN) 소속 의원 6명이 지난 6월 25일 이 법안을 발의했다.

임신 중단에 앞서 의료진이 배아나 태아의 심장 활동이 감지되는지를 알리고, 여성이 심장박동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칠레 보건법 제119조를 개정하는 내용이다.

여성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거부한다면 의사가 임신 중단을 시행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심장박동 청취를 시술의 의무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칠레에서는 2017년부터 임신 중단 허용 사유를 산모의 생명 위험, 태아의 치명적 질환, 강간에 의한 임신 등 3가지 경우로만 제한한다.

당초 이 법안은 3가지 사유에 모두 적용하려 했지만, 이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제외됐다. 현재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없는 경우와 강간에 의한 임신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이에 여성단체와 진보 진영은 합법적인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에게 심장박동 청취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감정적 압박이자 생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강력 비판했다.

발의자들은 여성이 낙태 여부를 다시 판단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칠레 정부는 법안에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마이 초말리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는 것이 여성이 낙태 결정을 바꾸게 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현재 칠레 하원 보건위원회에서 첫 번째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우파 진영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나 법안이 실제 통과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