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연방기관의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해당 법의 파장을 가늠하며 국내 생산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9일(미국시간) 이 법안은 미국 연방 하원을 찬성 306표·반대 81표로 통과해 상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 뒀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 BGI그룹과 세계 선두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 BGI의 자회사 M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이 미국의 '안보 우려 기업'으로 규정된다.
이들 5개 기업은 물론 이들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 대해 미국 시장 접근을 막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어 최종 제정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이 법이 발효하면 특히 CDMO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중국의 빈자리를 채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 2위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이 법이 적용되는 대상이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수주에서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5공장을 건립 중인데, 이 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인 도합 78만4천ℓ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축하게 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바이오는 오는 23∼26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바이오프로세스 인터내셔널 2024'를 시작으로, '바이오 유럽', '바이오 재팬', '국제의약품박람회' 등 올해 안에 여러 국제 행사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해외 수주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벌써 엿보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그룹의 CDMO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2~3주 전부터 제품 생산 문의가 늘어났다"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물질에 관한 생산 문의가 제일 많다"고 말했다.
의약품 소재·부품·장비 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원료의약품 계열사 에스티팜이 미국 바이오 기업과 체결한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도 당초 중국 기업이 공급하던 물량의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 등 해외 CDMO 기업들도 생산 설비 확대 등 수주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는데다,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력하는 국내 기업들도 해당 법이 발효되면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최대 바이오 CDMO 기업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202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동물세포배양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을 위한 2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지난 4월 세포배양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12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국내로 들여와 가공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생물보안법이 이런 거래를 모두 제한할 수도 있어 기업마다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며 "생물보안법 자체는 중국 규제 성격과 함께 미국 내 자급화 목적도 있으므로, 회사마다 영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