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밸류업' 나선 LG전자…조주완 인베스터포럼 '호평'

입력 2024-08-21 15:20


LG전자가 기업가치를 높일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조주완 대표이사가 기관투자자·애널리스트 앞에서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단기 호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 성장 방안과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짜 밸류업'에 가깝다는 평가다.

◆ 조주완, 7·7·7 목표 제시



LG전자는 21일 오전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인베스터 포럼'을 열었다. 조주완 대표가 직접 발표자로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조 대표는 1년 전 발표한 '2030 미래비전'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목표를 설명했다. 2030 미래비전은 LG전자가 가전 기업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트리플 7'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연평균성장률 7%와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해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의 7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LG전자의 기업가치(시가총액 15.9조원)는 상각전영업이익의 4배 수준이다. 상각전영업이익과 주식 총 수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보다 주가가 75%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리플 7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는 기업 체질 개선을 꼽았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전 사업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사업과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의 가속화를 일궈내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전 세계에 판매된 LG전자의 가전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콘텐츠·광고·서비스 수익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수주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전장 사업과 신사업으로 평가 받는 냉난방공조, 스마트팩토리 사업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 미래 성장전략·구체적 기업가치 제시



올해 초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띄우고 있다.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와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가를 어떤 방식으로 부양하겠다는 '밸류업 공시'를 낸 곳은 현재까지 15곳에 불과하고, 이 중 9곳이 금융지주·은행·증권 업종이다. 유보 자산이 많고 업황을 덜 타는 금융 업종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기 유리한 환경이라서다. 그나마 밸류업 정책을 내놓은 일부 제조기업들은 과거에 발표한 경영 전략을 밸류업 공시로 재가공하면서 '알맹이 없는 밸류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LG전자가 이번에 인베스터 포럼에서 밝힌 내용은 제조업에 최적화된 밸류업 정책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기업이 성장 둔화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 둔화를 탈피할지와 함께 구체적인 목표 기업가치를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 이후 LG전자 측은 오는 4분기 중 상세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베스터 포럼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조업은 업황을 크게 타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오늘 설명회는 신사업 전략과 구체적인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고 경영자가 전면에 나선 점도 시장의 신뢰를 더했다"고 전했다.

◆ 주요 대기업 밸류업은 언제쯤

LG전자가 밸류업 공시에 가까운 'CEO 인베스터 포럼'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른 제조 기업들로 향하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 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과 SK 그룹에 이목이 집중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직 밸류업 공시 계획을 밝히지 않은데다 인베스터 포럼도 매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로드쇼'를 통해 투자자와 만남을 갖고 있지만 실무진 선의 소통의 장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매년 CEO 주도의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를 전후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가 자율 공시인 만큼 대부분의 기업들이 눈치보기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배당을 얼마 하겠다,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하겠다는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기업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진짜 밸류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