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시작합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근 정부가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죠.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련 테마주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김 기자, 어제(13일) 포항 영일만항 관련주가 강세였는데요. 구체적으로 주가가 왜 오른 겁니까?
경상북도가 포항 영일만항을 두 배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영일만항의 총면적은 약 34만㎡인데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자신의 SNS에서 "동해안 유전이 대박 났을 때를 대비해 영일만항 확장 등 미래 청사진을 준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동해안 유전이 개발된다는 전제하에 영일만항을 미래 에너지 확보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취지인데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35억~14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죠.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이냐면요. 우리나라 전체가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넘게 쓸 수 있는 규모입니다. 매장량의 가치를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인데요. 대략 2,200~2,300조 원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탐사 성공률이 20%라고 밝혔는데요. 그럼 실패 가능성이 80%라는 뜻인데, 사실 20%도 높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지난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동해 가스전은 11번째 시도에서 성공하기도 했고요. 동해 가스전 분석을 맡은 미국의 탐사 기업 액트지오(Act-Geo)도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영일만항 관련주로 코오롱글로벌과 DL 등이 꼽혔는데요. 이 기업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포항영일신항만 주주사들입니다. 영일신항만은 DL시공 컨소시엄이 시공하고, DL 등 6개 건설사와 경상북도, 포항시가 주주사로 참여해서 50년간 운영하는 민간 투자시설 사업인데요.
지분구조를 살펴보면요. 최대 주주가 DL입니다.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고요. 2대 주주가 코오롱글로벌(15.34%)인데요. 이 외에도 한라(13.53%), 두산건설(10.83%), 포스코이앤씨(7.20%), 홍우건설(3.60%) 등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경북도가 영일만항을 두 배 확장한다고 하면서 포항영일신항만 지분을 가진 기업의 주가가 치솟은 겁니다. 코오롱글로벌 우선주는 지난 12일부터 오늘 장 초반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고요. DL이앤씨 우선주는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가 오늘은 하락세인데요. 코오롱글로벌과 DL이앤씨 보통주도 전날 장 초반에 급등하더니 상승 폭이 크게 줄면서 1%대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코오롱글로벌만 강세를 보이면서 두 종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동해 석유 테마주가 만들어졌죠. 사업 관련성이 전혀 없는데, 기업명에 '석유'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기도 하고요. 증권가에서도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벌써 김칫국을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유망성이 상당히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 탐사 단계일 뿐이거든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실제로 석유·가스 생산은 오는 2035년 이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1차 시추는 올해 연말부터 진행되는데,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기업들까지 단기간에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만큼 변동성에 유의하셔야 하는데요. 자원 개발은 탐사부터 시추, 경제성 평가, 생산, 운반까지 절차가 많고, 기업의 실적에 반영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입니다.
하나증권은 "국내 천연가스 도매 사업자의 경우 최종 투자 단계에 합류하기 때문에 도입과 관련한 투자만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아직 탐사 초기 단계라서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발표 이후 주가가 74% 올랐는데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흘간 47%가량 폭등했다가 지난 7일 하루에만 13%가 빠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석유·철관·강관 등 테마주가 연일 요동치는 만큼 과도한 급등세를 경계하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