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뷰티·패션 '로드숍'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63%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매출이 673% 증가한 것을 비롯해 일본 285%, 미국 230%, 대만 229% 등 방한 관광객 비중이 높은 국적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관광 1번지'로 꼽히는 명동과 홍대 매장의 실적이 특히 눈에 띈다.
5개 매장이 있는 명동 상권의 1분기 매출은 101%, 6개 매장을 갖춘 홍대 상권 매출은 48% 각각 늘었다.
외국인에 다양한 쇼핑 편의를 제공하는 올리브영의 첫 글로벌 특화 매장인 명동타운과 홍대타운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 안팎에 이른다.
명동타운의 경우 외국인 구매 고객이 하루 5천여명 수준이다. 10초에 1명꼴로 물건을 사는 셈이다.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옷을 사는 외국인도 부쩍 늘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30.7%에서 지난달에는 45%로 높아졌다. 홍대점도 지난 1∼5월 외국인 누적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늘면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성수점 역시 1월 11.1%, 3월 20.3%, 5월 28.8%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뛰어난 가성비 상품을 내세운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외국인 발길을 붙잡았다.
올해 1분기 다이소 전체 매장의 해외카드 매출과 결제 건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76%, 61% 각각 늘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매장은 명동역점과 명동본점이다.
최고 인기 상품은 화장품과 식품이다.
3∼4월 기준 명동역점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은 기초화장품 'VT 리들샷 300'이었다. 이어 마스크팩을 포함한 화장품류가 4위까지 휩쓸었고 5∼7위는 식품류가 차지했다.
이처럼 뷰티·패션 중심의 로드숍이 인기를 끄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와 관계가 깊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중국인 위주의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값비싼 상품을 찾는 '럭셔리 쇼핑'보다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돈을 쓰는 가성비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2024 외래관광객조사 1분기 잠정치 보고서'를 보면 국내 쇼핑 장소로 로드숍을 꼽은 외국인이 48.4%로 전체 1위였다. 이어 백화점(35.9%), 대형 쇼핑몰(35.6%), 시내 면세점(30.1%), 대형마트(28.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로드숍은 43.6%에서 4.8%포인트 높아졌고 백화점은 39.4%에서 3.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3월 로드숍 쇼핑 선호도가 50.2%로 월간 기준으로 처음 50%를 넘겼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만 해도 30%대의 선호도를 보인 공항 면세점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매한 품목은 향수·화장품이 67.7%로 가장 높았고 식료품(58.0%), 의류(48.8%), 신발류(14.3%), 가방류(11.6%)가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로드숍 인기가 국내 중소기업 해외시장 진출로 연결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 '역직구몰'이나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K-브랜드 상품을 꾸준히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K-상품 수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