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vs "경영권 탈취"…멀티 레이블의 리스크 [백브리핑]

입력 2024-04-23 10:35
수정 2024-04-23 13:48

어제 K팝 대장주, 하이브 뉴스가 시장을 뒤흔들었죠. 하이브가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경영권 탈취 의혹에 따른 감사에 나섰고, 이에 민 대표는 '자회사 간 표절이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조 기자, 먼저 서로의 주장을 정리해볼까요?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본사로부터 독립하려한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독립을 위한 외부 투자사와 법무법인 등을 알아본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것이죠. 민 대표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20%인데, 자금을 더 유치해 '30%+1주'를 확보하려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어도어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빌리프랩)에서 나온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표절은 노래가 아니라 데뷔 티저나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안무 등 콘셉트/브랜딩에서 '뉴진스 베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뉴진스 이후 아이돌 컨셉이 강렬·화려함보다 청량함으로 바뀌었죠. 민 대표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디렉터 역할을 중점적으로 해왔죠. 어도어는 "하이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더니, 갑작스런 대표이사 직무 정지와 해임 절차를 통보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브는 가수와 노래도 좋지만, '엔터계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 이렇게 평가받았는데, 결국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하이브의 가장 큰 리스크로 BTS 군입대가 꼽혔죠. BTS 공백기를 잘 막기 위해 쌓은 것이 멀티 레이블이었는데, 결국 새로운 리스크로 불거졌습니다.

보시면 하이브에는 레인블이 7개입니다. 각 레이블마다 주요 가수 라인업을 갖고 있고요. BTS의 성공으로 빅히트엔터는 플레디스와 쏘스뮤직을 인수했고, 이후 어도어를 설립해 뉴진스를 데뷔시켰습니다.

빌리프랩은 하이브와 CJ ENM이 합작해 설립한 법인으로, 지난해 하이브가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어도어와 빌리프랩은 하이브의 종속구조이지만 서로 다른 회사인 셈이죠. 민 대표가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는 사실상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묵인한 것"이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각 레이블의 기업가치(2025~26년 기준)는 빅히트가 6조원대, 플레디스 2조7천억원, 어도어가 2조, 빌리프랩이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어도어는 역대 최단 기간 연간 매출 1천억을 기록했는데, 뉴진스 만 5년차에 블랙핑크 7년차 매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갈등에 대해서도 뉴진스 전속계약권은 하이브에 귀속되어 있다며 컴백 활동에 문제가 없고, 뉴진스가 활동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실적 영향력은 10%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이브가 이렇게 멀티 레이블 체재 하에서 쌓인 데이터를 시스템적으로 연이어 성공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사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러개 레이블 체제를 갖고 있는 사례가 많지 않았었죠. 멀티 레이블이 또 잘 굴러가려면, 각자가 갖고 있는 특색과 독립성도 지켜져야 하구요. 그런 측면에서 제기된 갈등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 전망입니까?


일단 하이브가 감사 질의서를 어도어 측에 보내고 답변시한을 오늘(23일)로 적시했습니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도어 주주총회를 소집해 민희진 대표 해임안건을 올릴 예정인데, 현재 어도어 이사진이 민 대표 측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주총 소집을 반대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면 법적 조치로 돌입이 되겠죠. 적어도 두어 달 이상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주가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