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하락을 이어갔다. 다음주로 다가온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데다 이날 선물옵션 동시만기가 겹쳐 시장의 낙폭이 깊어졌다.
현지시간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39포인트, 0.65% 내린 5,117.09에 그쳤고, 기술주 하락이 커지면서 나스닥은 155.35포인트, 0.96% 밀린 1만 5,973.17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도 190.89포인트, 0.49% 하락하며 3만 8.714.77로 거래를 마감했다.
● 고착화된 인플레이션…나아지지 않은 지표들
미 노동통계국이 이번주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모두 시장 기대를 벗어난 가운데 이날 오전에 나온 경제 지표들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3월 소비심리지수는 76.5포인트로 전월 76.9포인트에서 0.4포인트 하락에 그쳤고, 소비자 기대지수 역시 74.6으로 전월 75.2에서 소폭 하락에 그쳤다.
미시간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치도 기존보다 나아진 데이터는 없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예상치 3.1%보다 낮았지만 연준이 예상하는 2%대를 크게 상회한 3.0%에 그쳤고, 5년 기대인플레이션도 2.9%에 불과했다.
미국의 교역여건을 바탕으로 한 수출입 물가도 예상보다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입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3%로 예상보다 0.1%포인트 높았고, 수출 물가지수도 0.8%로 예상치 0.2%를 대폭 넘어섰다. 유류와 농산물 등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전반적인 지표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다만 인플레이션 지표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도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의 연내 3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49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집계한 결과 과반 이상의 응답자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75bp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이하로 내릴 것으로 본 응답 비율은 1/3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연준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종전보다 상향할 것으로 보고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단기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발언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믿을 건 엔비디아…GTC 컨퍼런스에 쏠린 눈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엔비디아의 2024년 엔비디아 GPU 기술 컨퍼런스(GTC)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San-Jose)에서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에 열린다. 첫날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개막 연설에 이어 이튿날에는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한 GTC 질의응답 세션이 예정되어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대전환기를 맞이한 기술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기존 GTC행사 관례대로 새로운 아키텍처와 함께 최근 불거진 성장 우려를 불식시킬 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팀은 이번 행사를 'AI의 우드스탁'으로 비유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925달러에서 1,100달러로 한 달 만에 추가 상향 조정했다. 비벡 애널리스트는 올해 GTC에서 엔비디아가 현행 최첨단 그래픽가속기인 H200을 개량한 블렉웰 기반 B100 아키텍처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호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그래픽 가속기가 A100에서 H100으로 넘어가는 사이 6배의 성능개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해 비슷한 폭의 연산 능력 상향이 이뤄질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비벡 아리아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할 사항으로 지나분기 76.7%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의 지속 가능성, 향후 수익모델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팀이 꼽은 엔비디아가 해소해야할 우려 사항은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수익 모델의 지속가능성 외에 맞춤형 반도체 진출 과정의 경쟁 심화를 해소할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캐시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가 지적한 것과 같은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 해소와 AMD를 비롯한 제품과의 가격 경쟁 대응 방안, 중국 규제 강화로 인한 수익 악화 가능성 등을 해소해야 최근의 주가 조정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러한 우려에도 현재 엔비디아를 커버하는 67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가운데 60명은 매수, 7명은 보류로 최근 과매수 우려에도 여전히 낙관적 전망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루프캐피탈과 칸터 피츠제럴드가 주당 1,200달러로 최고가를 제시했고, 웨드부시, 멜리우스 리서치, 미즈호, CFRA 등이 주당 1천달러를 목표가로 두고 있다. 다소 보수적인인 주당 900달러 목표가의 TD코웬의 매튜 램지 애널리스트도 "향후 12~18개월 수요를 포함해 거의 모든 추정치에 안정감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올해 4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으나 지난 8일 사상 최고가인 주당 974달러를 기록한 뒤 급락하는 등 일주일간 약 9.8% 조정을 받았다.
● 6% 수수료 없앤다…중개인협회 합의에 관련주 급락
미국의 주택 판매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판매자와 매수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에 대해 전미부동산중개인과 거액의 합의금을 물게 됐다. 100만 명 이상의 중개인을 대표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은 이번 합의로 4억 1,8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지급하고 수수료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미국 내에 부동산시장의 반독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이번 합의로 주택을 매매할 때 적용하는 표준 수수료인 6%를 더이상 내지 않게 됐다. 이는 현재 판매자의 중개인과 구매자의 중개인 모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던 주택 판매 모델을 뒤바꾸는 결정이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이번 조치로 최대 50% 하락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업체들의 진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합의문 공개로 부동산 업체 질로우와 콤파스가 각각 13%, 14%씩 급락했고, 레드핀도 5% 가까이 내렸다. 반면 주택 건설업체인 레나는 2.4%, 풀티 그룹도 1.1% 오르는 등 반사이익을 받았다.
NAR 회장인 케빈 시어스는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업계에서 제공하는 혜택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부동산 명예 교수인 노먼 밀러는 100년 만에 주택시장에 최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주택 구매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매매가 다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개별 종목 가운데 테슬라는 캐시우드의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가 전날 21만 6천여주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소식에 이틀간의 급락에서 벗어났다. 애플은 팀쿡 최고경영자가 지난 2018년 11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아이폰 판매 위축 가능성을 제대로 알라지 않았다는 법원에 판단에 따라 주주들에 4억 9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낸다는 소식으로 0.2% 하락했다.
어도비는 회계연도 2분기 조정주당순익 전망치 4.35~4.4달러 중간값이 월가 기대치를 하회하고, 오픈AI의 생성형 영상편집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하루 만에 13% 급락했다. 맥도날드는 이날 낮 전세계 온라인 앱 접속과 매장 내 기기 접속이 막힌 여파로 0.9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