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24④] 은행 사회사업, 백화점식 말고 '선택과 집중'

입력 2024-02-05 17:41
수정 2024-02-05 17:41

최근 은행권이 2조원이 넘는 돈을 이자 환급과 취약계층 지원에 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거액을 내놓는 것인데요.

매년 수천억원 이상을 민생금융지원에 쓰고 있지만 체감도와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사회환원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신용훈 기자가 짚어봅니다.


2003년 이후 10년간 국내 은행들이 금융지원과 사회 사업을 위해 내놓은 돈은 총 8조 2,511억원.

한 해 평균 8천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 온것에 더해 은행들은 최근 2조 1,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사회환원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거액을 내놓고 있지만 '이자 장사' 등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내놓는, 자율성이 결여된 단편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교수 : 이유가 뭐냐 하면은 경영학적으로 얘기하면 이거는 기업의 핵심 운영이나 밸류체인하고 아무 관계없는 일이다. 마치 시혜적인 가난한 사람들한테 먹을 거 이렇게 던져주는 느낌 이런 거는 사실은 효과가 없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활동과 백화점식 지원으로 효과가 반감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사업 자체의 문제를 보면 사실 여러 가지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그 활동들이 개별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하다 굉장히 유사하다라는 측면입니다.]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식량안보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사업을, 미국의 뱅크오브 아메리카는 시민단체와 협력해 여성의 유리천정 허물기 사업을, 캐나다의 TD뱅크는 보수민족 협의회와 함께 입국 난민을 위한 인증서 발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편적인 금융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 필요한 사회사업을 발굴하고 일련의 과정을 함께하면서 개선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은행들도 당장의 홍보효과만을 노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사회문제들에 집중할 팔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 고령화 문제도 있을 테고 저출산 문제도 있을 테고 기후 위기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텐데 어떤 한 분야에 집중을 해서…]

또 당국은 뺨 때리기 방식이 아닌 은행들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정규 프로그램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당국은) 사회공헌 활동의 공식적인 통로를 좀 분명히 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원 프로그램을 세우고 거기에 금융기관이 재원을 조달해서 무슨 매칭 펀드 같은 걸 낸다든지 그런 식으로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도록 해야 될 것 같고요.]

역대급 사회 환원 규모에도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국내은행.

사회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입니다.

영상촬영 : 양진성

영상편집 : 김나래

CG :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