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객은 달라요"…ELS 재정비 잰걸음

입력 2024-02-01 17:35
수정 2024-02-01 17:35
지난 2019년 이후 ELS 발행 규모 감소세
H지수 폭락 사태 이후에도 고객 수요 多
금융당국, 파생상품 판매 제도 개선 나서
"고객 안전장치 마련 등 제도 변화 전망"

홍콩H지수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액이 커지자, 당국의 압박을 못 이긴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 증권사들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김대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홍콩H지수 ELS의 원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지만, 증권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ELS 발행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ELS 상품을 권유한 은행과는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ELS 손실액이 5~6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일부 증권사들의 ELS 상품 손실률도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재까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ELS를 100~200건가량 출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중 NH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을 전혀 발행하지 않은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꾸준히 공모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지금 H지수가 역사적 저점이라고 평가받고 있어 향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상품을 설계할 때 H지수 유무에 따라 쿠폰(이자) 수익률의 차이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증권사들도 금융당국의 칼끝을 온전히 피해 간 것은 아닙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전체 ELS 발행 금액이 두 달 만에 1조 원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투자자들의) 위험 성향에 따라서 투자하는 것은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나친 과장 광고라든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정보 등 리스크에 대한 고지를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 또는 단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이 ELS 등 파생상품에 대한 판매 절차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증권사들은 투자자 수요가 있는 만큼 위험 대비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는 상품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김민영, CG: 김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