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시작…서울대병원 물꼬

입력 2024-01-09 17:09


디지털 치료기기의 발전과 함께, 국내에서 첫 정식 처방이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9일부터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정식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편의성 증진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치료·디지털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첫 처방 디지털 치료기기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이 협력해 에임메드에서 개발한 ‘솜즈(Somzz)’다.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이기도 하다. 2022년 시행된 임상시험(연구책임자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서는 불면증 심각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수면효율을 높여 안전한 치료임을 확인됐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체계적으로 구현했다. CBT-I는 수면시간을 처방하여 수면효율을 높이고,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며,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이다.

솜즈를 처방 받은 환자들은 앱을 통해 약 6~9주간 실시간 피드백, 행동중재, 수면 습관 교육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를 처방받은 40대 여성 만성 불면증 환자 A씨는 “2년 전부터 수면제에 의존했지만 효과적인 개선이 없어 이번에 수면제가 아닌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받게 됐다”며 “이제 수면제를 줄이거나 끊어도 잘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교수는 "10명 중 1명이 진단될 정도로 흔한 질환인 불면증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이지만 환자가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 접근성의 문제로 많은 환자들이 받기 어려웠다"며 "이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불면증에 대한 비약물적 치료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이며, 소정의 연구 기준을 충족하면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 참여 연구기관은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다. 임상진료 혁신의료기술 단계가 시작되는 오는 4월 이후에는 가까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처방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