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는 없다.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우리의 모든 주주환원 행보의 기저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5일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에서 경제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이 같은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최 측은 조정호 회장이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 모범적 거버넌스의 표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간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 등 이른바 '쪼개기 상장' 관행이 지배적 가운데, 조 회장은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대주주 지분율 50% 이하'를 감수하면서도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원-메리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메리츠금융 측은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평소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조 회장의 신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2005년 화재와 증권을 합친 메리츠금융그룹의 자산은 3조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 3분기 기준 95조원에 달하며 불과 20년도 채 되기 전 3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
지배구조 개편 첫 해인 올해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약 50% 수준을 약속했다.
실제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21일 이후 현재까지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총 3회에 걸쳐 약 84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300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지난달 10일 임시주총에서는 자본준비금 감액을 결의, 배당가능이익으로 2조 1500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같은 주주환원 노력이 주가에 반영되며 메리츠금융 시가총액은 금융사 중 최고 수준인 12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시상식에서 조 회장을 대신해 대상을 수상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메리츠가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기업, 가계가 함께 웃자'라는 생각"이라며 기업 철학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개미투자자와 함께 웃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해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함께 웃는 방식이 이득이며 그렇게 했더니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