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 영업점 수를 줄여나가던 4대 시중은행이 3분기 영업점을 6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은행들에 영업점 폐쇄를 자제하라고 주문한 결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영업점(지점+출장소) 수는 2825개로 집계됐다. 2분기 말보다 6개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2개), 하나은행(2개), 우리은행(3개)이 지점을 늘렸고, 신한은행은 1개 감소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 영업점 수는 감소세를 이어왔다. 2020년(-222개), 2021년(-224개), 2022년(-196개) 등 매년 200개 가까운 영업점이 통폐합돼 사라졌다. 지난 6월 말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819개로, 작년 말 대비 65개 감소했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는 이유는 비대면 영업 활성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디지털 전환으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보다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업무를 해결하는 고객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점포 폐쇄 문제를 연일 지적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백브리핑에서 “2020년 이후 600개 정도 가까운 은행 점포들이 사라졌다”며 “노인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점차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올 상반기에만 KB국민은행에서 60개 넘는 점포를 폐쇄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상반기에 진행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기 위해선 이용 고객의 의견을 받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점포를 닫으려면 공동점포나 창구제휴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에 당분간 은행 점포 폐쇄 속도도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향후 1년 내에 8~12개 영업점 신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1~2개 이상 신설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선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비대면 경쟁력을 키우던 은행들로선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확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유럽연합(EU)·영국·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은행들의 영업점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체질 개선에 한창이었는데 당분간 그 흐름에 역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사업 효율화 없이 금융당국이 주문하는 대로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