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확대한다는 정부…결국 은행 ‘팔 비틀기’

입력 2023-11-06 18:00
수정 2023-11-06 18:00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민금융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긴축 재정 기조 속에 관련 정책 예산이 일부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은행권을 통해 서민금융 재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두고 ‘팔 비틀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5%, 8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자 정부 내 위기감도 커졌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선 일부 서민금융 상품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년도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으로 1000억원을 편성했는데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겁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소득과 연체 여부에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

금융위는 내년부터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은행권 기부금만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도 금융위가 요청한 예산의 절반만 배정됐습니다.

이 같은 '긴축 재정' 기조 속에 금융당국은 은행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도 은행권 영업이익이 더 크다. 과연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다양한 혁신만큼 (은행권이) 혁신했길래 (올해) 60조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건지…]

현재 금융회사별로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해당 요율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복지로 해결해야 할 서민 지원을 민간 금융사에 전가하는 걸 두고 ‘팔 비틀기’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지금도 새희망홀씨나 햇살론뱅크 같은 대부분의 서민금융상품은 정부 예산 투입없이 금융권 출연금과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은행들에) 서민금융을 강화해서 뭘 하라고 할 게 아니라 기존에 나가 있는 대출 중에서 재무적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채무 조정에 나서도록 등을 떠밀어야…]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