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장마에 긴장하는 서울시…"인명·재산피해 막아라"

입력 2023-06-28 06:22


지난해 8월 8∼9일 기록적 폭우가 서울을 휩쓸어 예상밖의 큰 인명·재산피해가 나자 시는 긴급 수해대책을 내놨다.

서울시의 최우선 대책은 반지하였다.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물이 차오르는 데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는 충격적인 비극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10개월간 건축사를 동원해 서울 시내 반지하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위험도를 평가했다.

그러나 집주인·거주민의 협조 부족과 제도적 한계로 대책 이행률은 애초 목표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 장기 대책으로 추진하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 건설 역시 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더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작년과 같은 물난리 가능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셈이다.

◇ 물막이판 설치 대상 절반만 완료…반지하 탈출 10% 그쳐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와 주거 이전 지원을 위해 관내 전체 반지하주택 23만8천호를 1∼4단계로 나눠 작년 8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수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1단계 중증장애인 가구(370호), 2단계 아동·어르신 거주가구(695호), 3단계 침수우려 가구(2만7천호), 4단계 침수 위험이 거의 없는 가구(21만호)로 구분됐다.

이달 24일 기준으로 1∼3단계 대상 1만5천543호 중 8천606호(55.4%)에 물막이판, 역류방지시설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당초 이달 말까지 100% 설치가 목표였지만 침수되는 집이라는 낙인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집주인, 세입자와 주민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설치율이 절반에 그쳤다.

세입자 요청으로 물막이판을 설치하러 갔다가 집주인 반대로 걸음을 돌리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받지 못한다며 이미 설치된 물막이판을 떼 달라고 구청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반지하 주택의 주거이전은 이달 15일까지 2천714호가 완료했다.

이 가운데 보증금 무이자 대출, 이사·생필품비 40만원 한도 현금 지급 등의 지원제도를 이용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1천436호다. 1천278호는 민간 주택 지상층으로 이주해 월 20만원, 최장 2년간 바우처를 지원받는다.

주거이전 비율은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주택 총 2만8천호 중 9.7%에 그친다. 전체 반지하 23만8천호를 기준으로 놓고 계산하면 1%가 조금 넘는다.

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매입한 침수 우려 반지하주택은 이달 20일 기준 113호로 올해 목표한 3천450호의 3.3%다. 735호는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

반지하 주거이전이 더딘 것은 서울시 지원이 있더라도 이주 시 커지는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가족 수, 자녀 학교 등 여러 사정으로 주거지를 옮기기를 꺼리는 탓이다.

임대료가 주변시세보다 30∼50% 저렴해 부담을 덜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물량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 시민협조 당부·제도 개선 추진…대심도 빗물터널도 속도

중요 배수시설인 빗물받이는 시가 올해 들어 전체 55만개소를 평균 1회 이상 청소하는 등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으나 일주일만 돼도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쌓여 막히는 실정이다.

다시 장마철에 접어든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침수방지시설을 더 많은 취약가구에 설치하고 빗물받이가 막히지 않게 관리하려면 시민 협조가 필수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련 조례안도 발의됐다.

'서울시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현재 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부담하는 침수방지시설 설치비를 시가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자치구에 대한 서울시 지원을 보강해 자치구별 편차를 줄이려는 취지다.

조례안은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시민이 협력해야 한다는 책무도 부여했다.

반지하 주거이전을 위해 시는 SH공사와 LH의 매입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불법건축물인 반지하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기준을 정비하고 다세대 반지하만 따로 매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임대주택 평형 다양화를 위해 반지하 매입 단가를 상향하는 방안도 국토교통부와 협의한다.

장기대책인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과 관악구 도림천 지하 방수로 건설사업은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예산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총 1조3천8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사업은 작년 8월 추진이 결정됐지만 아직 사업비도 확정하지 못하고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홍수가 난 강남역의 대심도 빗물터널은 사업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돼 시작해도 2027년 하반기에나 완공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여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심도 배수시설 설치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침수 예방대책"이라며 "시 자체 재원만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대규모 예산사업이기에 국비 지원이 확대되면 적기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