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노사 줄다리기..."폐업 고민" vs "낙인효과"

입력 2023-06-13 18:20
최저임금위 4차 전원회의...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본격화


노동계와 경영계가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이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며 업종별로 다르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노동계는 구분적용을 하면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경영계는 소상공인 등 업종별 지불 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 감액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영업자가 가져가는 연평균 수익은 1,952만원인데 월로 환산하면 163만원"이라면서 "같은 해 최저임금은 182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자영업자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자영업자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21년 1,952만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라며 "2021년 소상공인 업체 한 곳당 연평균 영업이익은 2,800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 4,024만원보다 적을 정도로 경영환경이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점과 편의점 등 일부 업종에서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최저임금은) 큰 부담"이라면서 "매출액, 영업이익, 지불능력 등이 등이 다른데 단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한 때는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벌어진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면 구직자를 줄이고 근로의욕을 떨어트리는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2017년 최저임금위 제도개선위원회에서 특정 업종 구분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 낙인효과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이런 구조의 폐해를 저임금노동자에게 전가해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 구분 적용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적용방안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