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아프리카 핵심 협력국인 케냐의 주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해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케냐 현지 라디오방송 캐피털에프앰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이 2019년부터 3년간 대통령실을 비롯한 케냐의 8개 정부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해킹 활동을 벌였다는 전날 로이터 통신의 단독 보도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2019년 말부터 최소 2022년까지 케냐의 주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해킹 활동을 벌였다.
이들 해커의 IP 주소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단체 소속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케냐의 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는 해킹 과정에서 "외무부와 재무부의 많은 문서를 도난당했다"며 "사이버 공격은 케냐의 부채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 일환으로 케냐 기간 시설 등에 자금을 대면서 세계은행을 제외하고 케냐의 최대 채권국으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이러한 중국이 케냐의 대외채무 변제 계획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해킹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케냐는 철도, 공항, 고속도로 등 기간 시설 건설과 개보수를 위해 9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의 중국 차관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동부 아프리카의 중요한 소비 시장과 아프리카 인도양 연안의 중요한 물류 중심지에서 확고한 발판을 얻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캐피털에프앰에 따르면 케냐가 중국에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는 지난 3월 현재 기준 63억1천만 달러(약 8조4천억원) 정도에 달한다.
이에 대해 케냐 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는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해킹은 모든 국가에 공통된 위협이며 중국도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증거 없이 특정 정부를 사이버 공격 주체로 비난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