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정부의 경매 유예 조치가 내려졌지만 경매가 완전히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일부 주택 채권이 이미 대부 추심업체까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21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미추홀구의 피해 아파트·빌라 1천787세대 가운데 551세대(30.8%)의 채권이 이미 대부 추심업체
나 개인에게로 넘어갔다.
극소수인 128세대(6.8%)만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을 갖고 있다. 나머지 1천108세대의 채권 대다수도 조합원 예금을 운용하는 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소유다.
실제 대책위가 지난 11일 기준 피해 주택 1천723세대의 채권 보유자를 조사한 결과 협동조합(979세대)과 새마을금고(304세대)가 74%를 차지했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은 50세대(2.9%)에 그쳤다.
정부가 시행한 경매 유예 조치는 사실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대부 추심업체까지는 효과가 미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은 부실 채권이 민간에 매각된 건에 대해서도 최대한 경매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모니터링하기로 했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미지수다.
부실 채권을 매입한 대부 추심업체는 이를 처분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구조상 이를 따르기 어렵고 그럴 의무도 없다.
실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전체 71세대 중 44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는데 모두 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가 채권을 갖고 있다가 이 중 대다수가 대부 추심업체로 넘어갔다.
이 아파트 피해 주민 A씨는 "상호금융권이 채권을 그대로 갖고 있던 곳은 매각 기일이 변경됐는데 대부업체로 채권이 넘어간 세대는 이게 안 됐다"며 "이들 세대는 매각 기일이 5월 3일이어서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기준 경매 기일이 도래한 전세사기 관련 경매 32건 가운데 연기되지 않은 4건 역시 영세한 부실채권 매입기관이 채권을 갖고 있었다. 피해 대책위는 이에 법원 재량으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매각 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한 형사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경매 사건을 전세사기 피해 건으로 단정 지어 다르게 취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경매 사건 기록만 보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형사 사건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건을 전세사기 피해 건으로 단정 짓고 이해 관계인이 많은 경매 사건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경매 유예 조치가 대부업체로 넘어간 채권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대부업체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을 먼저 배려해줘야 한다고 간곡히 말하고 싶고 대통령이 강력히 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