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긴축 전망 급완화…그 이유는? [글로벌 시황&이슈]

입력 2023-03-14 08:06
수정 2023-03-14 08:06
[월가 인사이드] ‘SVB 파산’에 긴축 전망 급완화…그 이유는?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FOMC를 9일 앞두고, 금리 전망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 파월 청문회 이후 78%까지나 치솟았던 3월 빅스텝 가능성은 오늘 장 0%로 떨어졌습니다. 더 이상 시장은 3월 빅스텝 가능성을 보고 있지 않는다는 소리죠. 여기에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0%에서 35%로 오릅니다. 이 모든 건 단 1주일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증시 변동성을 추종하는 VIX 지수처럼 금리 전망 변동성을 추종하는 지수가 있다면…현재 그 수준은 정말 높을 것 같네요. 이렇게 금리 전망이 급변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나 SVB 사태의 여파 때문입니다. 오늘은 금리 전망이 이렇게 빠르게 변한 이유는 뭔지, 그렇다면 3월 FOMC 전까지 남은 변수는 뭔지 짚어보겠습니다.

간밤 외신 기사에서 자주 등장한 표현이 있습니다. “연준이 시장에 균열을 일으켰다”. 어제 이 시간을 통해 SVB파산의 배경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은행 운영에 어려움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고 짚어드렸죠. 외신들이 지적한 점이 바로 그건데요. 줄다리기에 비유를 좀 해볼까요. 연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줄을 당깁니다.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거죠. 그 반대편에 있는 금융 시장은 지금까지 잘 버텼습니다. 그렇다 보니 공격적 금리 인상의 여파는 시장에 잘 나타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특히나 미국 노동 시장이 강했죠. 하지만 이제 미국 경제, 그리고 시장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줄을 잡고 있던 손을 놓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준이 최근 강조해온 긴축과 긴축이 미치는 영향 사이의 시차가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거죠.

오늘 장 금융주들이 어제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한다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크게 밀린 점 역시 이와 비슷합니다. S&P 금융섹터는 간밤 3.7% 하락 마감했고요. 특히 중소형주의 타격이 컸습니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시스템적 리스크 또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왜 미국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주들이 밀리는 걸까요. CNBC의 선임 기자인 스티브 리즈먼은 어제 나온 대책이 단기적인 대책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봤습니다. 연준이 이번 예금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기금 즉 BTFP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 기금이 언제 고갈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건데요. 따라서 연준의 긴축 지속되는 한 은행들은 계속 부담을 느낄 것이고, 이는 결국 금융 시장 전체에 부담이 될 거란 겁니다.

이런 걱정은 오늘 장 국채금리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통화정책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2년물 국채금리 장 중에 0.53%포인트까지 하락하며 4% 아래로 내려옵니다. 198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인 건데요. 금리 인상에 여파로 시장에는 아직 중장기적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에 연준이 다음 FOMC에서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다는 전망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다시, 금리 선물 시장이 보는 금리 전망. 즉 CME 페드워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던 3월 빅스텝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사라졌던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다시 등장했는데요. 이외에도 3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65%, 동결 가능성은 35%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구체적인 수치는 계속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리 인상 전망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월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볼까요. 먼저 금리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쪽입니다. 골드만삭스인데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금융 시장에 가해진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했는데요.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는데요. 특히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에 나서면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스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는데요.

3월 FOMC 9일 남았습니다. 이제 단 하나의 빅 이벤트만 남았습니다. 바로 현지 시각 14일,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발표될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인데요. 앞서 엘 에리안이 지적했듯, 물가 압력은 여전합니다. 연준이 물가 잡기를 강조한 상황에서 SVB사태가 일종의 변수가 되어 연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는데요. 결국 금리 전망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퍼즐 조각은 2월 CPI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