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15년간의 사업 확장에 마침표를 찍고 긴축을 선언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자(현지시간) 지면으로 보도했다.
NYT는 작년이 2008년 금융위기 후로 테크 산업이 증권시장에서 겪은 최악의 해였다며, 이 5개 테크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작년에 모두 합쳐 3조9천억 달러(4천800조 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많은 테크 기업들이 이들에게는 낯선 전략인 '긴축'을 연초부터 내세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 수개월간 여러 회사들이 비용을 줄이는 한편 밑 빠진 독이 되어 버린 미래지향적 프로젝트를 없애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는 각각 임직원 1만여명씩을 해고할 계획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2일 "엄격한 규율에 따라 책임성 있게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회사가 "사려 깊고 숙고하는 태도"를 지닐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전화회의에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 같던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1일 애널리스트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효율"(efficiency)이라는 말을 30번도 넘게 썼으며, 2023년을 "효율의 해"로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관리자 계층을 간소화하고 진전이 없는 프로젝트는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지출을 자제하겠다는 IT 대기업들의 새로운 방침을 투자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메타는 2일 주가가 23% 넘게 뛰었으며, 이는 하루 주가상승률로는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모두 주가가 뛰었으며, 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나스닥은 3% 올랐다.
투자회사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마크 머헤이니는 "사람들은 다시 들어가고 싶어했고, 언제쯤 되면 들어가도 안전할지 알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폭을 소폭인 0.25%포인트로 잡은 1일의 결정도 테크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 IT 대기업들 중 상당수는 2일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고 발표가 끝나고 장 마감 후에 이뤄진 저녁 시간대 거래에서 주가가 떨어졌다.
구글은 2일 실적발표에서 사상 두 번째로 광고 매출 실적이 줄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수익성이 높은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의 성장이 둔화했으며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애플은 지난번 크리스마스 시즌의 아이폰 매출이 2018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작년 10∼12월에 매출이 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 MS는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문의 성장이 이번 분기에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파벳, 아마존, 애플이 2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은 대체로 월스트리트의 기대치에 미달했다.
알파벳은 4개 분기 연속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디지털 광고 실적이 부진한 탓이 컸다. 구글의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 광고 매출이 약 8% 감소한 79억6천만 달러(9조8천억 원)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던 82억 달러(10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피차이 CEO는 회사가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작년에 1만8천명의 해고를 발표하고, 무료였던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한편 강력히 추진해 오던 물류센터 확장에 제동을 거는 등 지출 절감에 노력했는데도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데 그쳤다.
아마존은 작년 12월로 끝난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천492억 달러(183조4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순이익은 2억7천800만 달러(3천420억 원)에 불과했다.
재시 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입고 및 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해 왔다며 "최적화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애플은 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중국 최대의 아이폰 공장이 봉쇄된 탓에 작년 12월 종료된 분기에 70억 달러(8조6천억 원) 규모의 아이폰 매출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은 30% 증가한 아이패드 매출, 그리고 애플 뮤직 구독 등 서비스 매출 호조로 이를 벌충했다.
쿡 CEO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경제적 요인들로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출을 억제함으로써 이익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카 매스트리는 "비용에 대해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며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