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산부터 배당액 선공개...증시저평가 해소"

입력 2023-01-31 15:11
정부, '깜깜이 배당' 관행 개선..."장기투자 선순환 마련"


금융당국이 한국 상장기업들의 이른바 '깜깜이 배당'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을 받을 주주가 결정되도록 배당절차 개선을 올해 상반기 중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업들이 관련 절차를 담은 표준 정관을 변경하면 내년부터 바뀐 제도에 따라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국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각 상장사가 결정한 배당액을 보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법상 유권해석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 관련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날 새해 업무보고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매년 연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서 이듬 해 봄 주주총회를 연달아 개최해 배당금을 확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회수할 수 있는 배당금을 모른 상태에서 투자 결정을 내려야하고, 상장사가 결정한 배당 사항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금융위는 이러한 배당 절차와 관행은 미국과 프랑스 등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크고, 결과적으로 한국주식시장의 저평가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도 배당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률도 OECD 최저 수준에 머무는 등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매매차익에 집중하도록 하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당기순이익 가운데 얼마나 배당금을 지급하는지 보여주는 배당성향은 2017년 14.9%에서 지난해 20.1%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미국(40.5%), 영국(45.7%), 프랑스(39.3%), 일본(36.5%) 등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배당기준일을 먼저 정하고 배당액을 확정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투자자에게 안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결산배당 관련한 상법 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배당액을 결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사람을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바뀐다.

금융위는 상법 조문상으로도 '의결권을 행사할 자'와 '배당받을 자'를 구분되어 있고, 해당 영업연도의 배당을 결산기 말일 주주에게 해야 한다는 실적 법상의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매년 3월말·6월말·9월말 등 매 분기말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도 개정된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을 개정을 발의해 이사회 결의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당금지급 준비 기간은 기존 20일에서 30일이내로 연장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과 함께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상장기업들이 이번 배당 절차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표준 정관 개정안을 배포하고 배당 관련 사항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자산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매년 5월 말일까지 제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배당절차 개선여부를 표기하도로 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배당기준일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향후 회사별로 배당일을 확인할 통합 홈페이지도 내년 1월까지 마련된다.

금융위는 이번 '깜깜이 배당' 관행개선을 통해 배당 확대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고,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 투자가 확대되는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지금까지와 달리 기업의 배당 결정에 따른 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에 즉시 반영되는 등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배당기준일 변경은 오는 3월 기업들이 정기주총회에서 관련 근거를 담은 정관 개정을 통과시킨 뒤 2023년 결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다음 달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한 표준정관 개정 등 세부 안내자료를 배포하고, 상장사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배당절차 개선방안이 시장에 안착해 나가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