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의 후유증이 가시화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대에서 2.3%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방 위험이 커질 경우 성장률은 2%를 밑돌아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3년 세계 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설명회를 열어 주요 I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분석을 토대로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내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일부 회복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주요국 통화긴축의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용리스크 부상, 금융시스템 불안, 부채 부실화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과 함께 미·중 갈등 격화 등 지정학적 충돌의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와 국제기구들은 통화긴축과 고비용 영향 등으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이 올해 3.1%에서 내년 2.3%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1%),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3.0%)을 제외하고는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세계은행(WB)은 인플레 기대가 악화하거나 유럽 에너지난이 심화하는 등 하방 위험이 우세한 만큼 세계 경제 성장률이 추가 하락, 2%를 하회하면서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유럽 에너지난이 심화될 경우1.8%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의 봉쇄완화 기대 등 일부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생산과 투자 위축, 에너지 위기 등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크게 예상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통화긴축 부작용, 유럽 에너지난, 지정학적 돌발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측기관들은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1.8%에서 내년 0.2%로 대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은 올해(3.1%) 말 완만한 경기침체에 진입해 내년 역성장(-0.2%)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경제는 올해 1.6%에 이어 내년 1.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고, 중국 경제의 올해 3.1% 성장하는 데 이어 내년 5%에 근접한 성장이 기대됐다.
다만 내년 국제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이 큰 가운데, 일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물가 상승세의 정점 통과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로 주요국 금리가 고점을 지나 하락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될 것"이라며 "달러화도 완만한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의 경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고 밸류에이션이 회복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기업이익 감소, 유동성 축소 등의 부정적 요인으로 높을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주요 IB들은 1분기 중 미국의 정책금리가 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고점 전망치는 최소 4.75%에서 최대 5.75%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소개했다
내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이슈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향방, 글로벌 통화정책,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축의 파장, 중국 경제 경착륙 위험,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적 위험 등 5가지를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은 내년 상반기 중 통화긴축 중단이 예상되지만 상당기간 제약적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과도한 수준의 긴축이 이뤄질 경우 경기침체나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빠른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위축되고 있다"며 "회사채 위축과 은행대출 기준 강화 속에서 유동성 위축이 높은 수준의 아시아 가계부채, 중국의 기업부채 위기로 확신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에 대한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IB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3.1%에서 내년에는 제로코로나 완화에 따른 내수 활성화에 힘입어 4.9%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년에도 3%대에 그칠 가능성도 잠재돼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 위축이 장기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경기둔화 뿐만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다,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이후 대외 갈등 격화 우려 등이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