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의 최대 실적 행진이 올해 3분기 품질 이슈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세타2 GDi 엔진 리콜과 관련한 1조3천600억원의 충당금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전망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판매 증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한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개선, 고환율 효과로 매출이 역대 최대를 찍으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조7천54억원과 1조5천51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0.6% 증가하고 영업익은 3.4% 감소한 수치다.
앞서 현대차는 부품 수급 완화와 고환율 효과에 힘입어 영업익이 3조원 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지만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한 품질 이슈로 한 템포 쉬어가게 됐다.
다만 매출이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2020년 3분기 같은 품질 이슈로 적자를 나타낸 것을 고려하면 호실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현대차의 선전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따른 생산 정상화와 판매 증가가 한몫했다.
지난 1·2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줄었던 현대차는 3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102만5천8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와 SUV, 전기차 등 고수익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도 호재였다.
적게 팔려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효자' 차종이 많이 팔리는 이른바 믹스 개선이 3분기에도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해 3분기 SUV 판매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포인트(p) 증가한 50.6%를 기록했다. GV60, GV70, GV80까지 포함 시 SUV 비중 53.2%로 늘어난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판매량이 8.7% 늘며 수익성 증가에 힘을 보탰다.
'값비싼' 전기차도 잘 팔렸다.
아이오닉5 등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27.1% 늘었고, 판매 비중도 4.6%에서 5.1%로 올랐다.
이러한 고가 차량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주로 팔렸는데 급등한 환율과 시너지도 일으켰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평균 원/달러 사업 환율은 작년 동기 대비 15.6% 오른 1,338원이다.
지역별로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18만7천대→24만4천대) 시장이 30.3%로 가장 큰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기타 지역(29.7%), 중남미(27.7%), 중국(27.5%), 인도(15.9%) 순으로 판매 증가폭이 컸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권역 판매량은 63.0%(4만7천대→1만7천대) 줄었다.
현대차 4분기 실적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판매량이 늘고, 아이오닉6을 필두로 한 전기차 판매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현대차는 낮은 재고 수준과 높은 대기 수요, 우호적인 환율 조건으로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힌 반면 신윤철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IRA와 금리 인상 기조가 신차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