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사례가 시중은행의 자체 점검에서 추가로 확인돼 금융당국의 추가 검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해외로 송금된 자금의 상당액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돼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4조3천900억원(33억7천만달러) 규모의 이상 해외 송금 거래를 파악한 뒤 모든 은행에 2조6천억원(20억달러) 규모의 주요 점검 대상 거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은행들은 자체 점검 결과 당초 금감원이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31억5천만달러(4조1천억원)의 의심 거래를 보고해 이상 해외송금 규모가 총 65억4천만달러(8조5천4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지난 6월 말에 거액의 이상 해외 송금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에 각각 1조6천억원(13억1천만달러)과 2조5천억원(20억6천만달러) 등 총 33억7천만달러의 문제 거래를 찾아냈다.
이후 추가 검사에서 2천만달러(260억원)를 추가로 적발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이상 해외 송금액이 33억9천만달러(4천4천200억원)으로 늘었다. 관련된 업체만 26개사에 달한다.
적발된 해외 송금 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이어 지난달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 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 거래 등에 해당하는 2조6천억원(20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달 말 또는 이달 초까지 자체 점검 현황을 제출했는데, 의심 거래 액수가 31억5천만달러(4조1천억원)로 늘면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로 밝혀진 액수가 총 8조5천억원을 넘어섰다. 관련된 업체만 65개사에 이른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관련 브리핑에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와 관련해 점검 대상의 규모가 7조원이며 이 가운데는 정상적인 상거래에 따른 송금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이 액수를 모두 이상 해외 송금 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은행들이 주요 점검 대상 거래를 자체 파악하는 과정에서 의심 거래가 늘면서 문제 되는 액수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액을 포함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체 점검을 통해 의심 거래가 새롭게 보고됨에 따라 금감원은 조만간 보고 액수가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지검 반부패부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금감원의 검사 자료를 받아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면서 허위증빙자료를 은행에 제출해 4천억여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포함해 이상 해외 송금과 관련된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통해 대규모 제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행사 뒤 기자들에게 "외환거래 관련해서는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제재 등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며 징계를 예고했다.
이 원장은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 먹는 모습"이라면서 이상 해외 송금 사태 등 금융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내부 통제 규범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