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증권회사가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 자금을 빌려주고, 진행 과정에 따라 수익을 얻는 사업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부릅니다.
자기자본을 늘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크게 투자했던 증권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는데, 예기치 못한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비한 위험관리가 하반기 증권사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가운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3곳입니다.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거래 수수료 감소와 채권 운용 손실은 피하지 못했지만, 부동산PF 등 기업금융에서 수익을 늘려 전망치를 뛰어넘었습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부동산PF 규모가 가장 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자산을 재조정하고, 인력을 줄여 영업이익 1,988억원의 분기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1분기에 이어 물류센터를 3,100억원 규모에 추가 매각하는 등 대체투자를 늘려 분기 최대 기록을 썼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금리인상에 대비한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로 실적을 방어한 겁니다.
문제는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증권사들이 직접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준 부동산 사업장의 위험도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 금리인상과 경기둔화로 인한 부동산 PF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가 모니터링 대상입니다.
투자금 변제가 어려운 중후순위 비중이 75%로 지나치게 높거나, 사업 초기 대출이 과다해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서 중소형사부터 부실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BNK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토지매입과 인허가 등 위험 부담이 큰 부동산PF 비중이 평균 35%로 대형증권사의 2배 수준의 위험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기필 /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
"부동산 익스포져가 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시장에 알리는 거거든요. 선순위에 비해서 중후순위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을 때 익스포져가 위험해질 수 있어서.. 부동산 경기가 저하되었을 때 관련된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보겠다는 거고요"
2010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융당국까지 나서 부동산PF 위험 관리를 압박하자 증권사들의 전략도 바뀌기 시작했니다.
메리츠증권은 채무보증 금액을 4조 7천억원으로 자기자본 이하로 낮췄고, 현대차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PF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 우발 채무를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상가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고,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거래 위축이 나타나는 등 시장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시 부진에 사업 다각화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위험을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실적과 주가 흐름도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