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올해 증권가 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라 기업 안팎에선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 나왔습니다.
송 기자.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9일, IPO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잖아요.
증권가도 바쁘게 움직일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 그러니까 구 현대중공업 그룹의 정유사입니다.
작년 12월에 거래소에 예심 신청한 이후 6개월이 지난 지난달 29일,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했습니다.
이 과정이 승인된 이후 6개월 안에 모든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따라서 오는 10월 이전에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월에서 11월 중에는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상장이 상당히 임박한 셈입니다.
이 정도 임박하면 보통 IPO 담당팀은 기업 설명회를 열거나 투자자들을 만나거나 증권가를 찾아다니면서 분주한 게 일반적인데요.
최근 증권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까지는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내부 사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현대오일뱅크의 IPO에 대한 절박함은 좀 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앵커>
왜 그런가요? 회사측이 밝히는 이번 IPO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기자>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번 IPO를 완주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지난 3월 기준) 정유가 전체 매출의 85%에 달하는데 정유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고, 석유화학 비중을 높이는 한편, 수소와 화이트바이오 같은 미래 사업을 하겠다는 건데요. 이번 IPO로 조달하는 자금은 이 같은 미래사업 투자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국제원유 가격 급등으로 실적이 워낙 좋아서 회사 가치를 가장 높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점에서 상장 타이밍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증권가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고요?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자금조달을 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작년 12월, 거래소에 예심을 신청했었는데 당시에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기업 조직도를 좀 살펴보면 지주사인 HD현대의 에너지 계열사가 바로 현대오일뱅크입니다.
지분 74%를 HD현대가 보유하고 있고, 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의 중간지주사로 위치해 있습니다.
증권가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절차를 밟던 지난해 말, 회사가 상장 후 기존 주식을 신규 투자자에게 파는 구주매출을 일으켜 HD현대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주매출 비중은 20% 정도로 예상했는데,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를 10조 원 정도로 가정하더라도 2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거죠.
그런데 EU공정위가 지난 1월에 한국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결국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됐습니다.
대규모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앵커>
그래서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IPO에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군요?
<기자>
현대오일뱅크의 IPO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2012년과 2018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각각 금융위기 확산과 실적 악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강화에 따른 상장 절차 지연 등의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자진해서 상장을 철회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수요예측에서도 회사가 기대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상장을 강행할 것인가에 대해 증권가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이유가 사라지자 오히려 IPO로 인해 최대주주의 배당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더 부각됐습니다.
올초 현대오일뱅크는 주당 1,208원 현금배당 실시해 배당금 총액은 2,960억 원, 거의 3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최대주주는 이 가운데 74%수준인 약 2,190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데 대주주 입장에선 굳이 IPO를 통해 일반 주주들에게 배당을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죠.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수요 예측에서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또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통해 신규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국제유가가 올라 정제마진이 급증하면서, ‘오일머니’가 넘치는 상황인데 굳이 IPO를 통해 신규 사업 투자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매출은 7조 2천억 원, 영업이익은 7천억 원을 넘겼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