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서도 은행 업무 볼 수 있다"…은행대리업 제도 도입 추진

입력 2022-06-16 17:40


앞으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고객들도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조회업무와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이 아닌 유통업체 등이 예금, 대출 등 단순 은행업무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우체국 업무위탁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은행 지점은 비대면·온라인 거래 증가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8년 이후 감소세는 다소 완화됐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여전히 단순 업무도 대면서비스를 선호하는 등 비대면·온라인 대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 지점 외 대안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현재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체국·편의점 등에 대한 업무위탁을 활성화,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채널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먼저 시중은행의 업무를 전국 우체국 창구와 자동화기기(ATM)에서 수행하는 '우체국 금융허브 서비스'에 4대 은행이 새롭게 참여한다.

이로써 기존 씨티·산업·기업·전북은행 뿐 아니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총 8개 은행 고객도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 및 조회업무와 AT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우정사업본부와 은행권은 서비스 제공지역 범위를 전국 단위로 합의하고, 공정한 수수료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체국 통장과 시중은행 통장 모두 사용 가능한 통합 리더기 약 8380대를 전국 우체국 금융창구에 순차적으로 보급·교체할 계획이다.

위탁업무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 금융결제원의 전산망 중계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올해 중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동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단 시스템 고도화 전까지는 사고위험과 업무경감을 위해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한정해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출금액 1회 1억원 제한)하고, 고도화 이후 여타 예·적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체국 뿐만 아니라 편의점, 유통업체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면서 거스름돈을 입금하거나 출금(캐시백)하는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비은행금융사나 유통업체 등 은행이 아닌 자가 단순·규격화된 예금, 대출, 환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업무 범위, 인가 요건,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 의무 등에 대해서는 업권, 학계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들이 은행업무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도 추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단순한 은행업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은행 지점을 찾지 않더라도 가까운 우체국, 편의점 또는 은행대리기관에 가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브리핑에서 "편의점 뿐 아니라 백화점 등 유통업체도 인허가를 받고 소액대출 등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인가 심사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백화점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은행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공동지점 활성화를 위해 은행과 유관기관 간 협의를 통해 장소 및 전산운영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한다.

지점·ATM 위치 및 이용정보를 제공하는 '금융대동여지도' 모바일 앱 서비스도 고도화 해 나갈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오프라인 금융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현금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질 유지는 고령층 등 취약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본인이 처한 상황과 선호에 맞춰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거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