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물가상승 압박까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경영계와 노동계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습니다.
노동계는 물가가 오른 만큼 최저임금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잖아도 원자재값 상승과 같은 공급 측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경영계는 임금인상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세종시 전민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세번째 회의가 열렸다면서요?
<기자>
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3시부터 진행됐습니다.
<앵커>
오늘 회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회의였는데,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나요?
<기자>
우선 첫번째로 내년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정하는 논의가 이뤄졌는데요.
오늘 회의에서 근로자위원 대표인 한국노총의 이동호 사무총장은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비혼 단신 생계비', 즉 1인 가구 중 배우자가 없고 전·월세 등으로 주거비를 내는 임금 근로자의 생계비를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부분의 근로자는 평균 2.48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비혼 단신은 전체 가구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참고로 노동자 위원들이 계산한 올해 '가구 유형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5,100원, '가구 규모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4,066원입니다.
이러한 노동계의 주장에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는데요.
사용자위원 대표인 경총의 류기정 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구 생계비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앵커>
노동계가 요구하는대로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삼게 된다면 최저임금 수준도 올라갈 수 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로선 노동계가 최초로 제시할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지금의 9,160원 보다 30% 정도 올린 1만1,860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경영계는 9,160원인 현재 금액을 유지하거나 올리더라도 3% 미만으로 소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이 때문에 노사가 제시할 최저임금의 격차는 최대 2,700원까지 벌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매번 경영계와 노동계간의 최저임금안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간극이 큰데요. 왜 그런거죠?
<기자>
양측 모두 5%대를 넘어선 물가 상승세를 이유로 내세웠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간극이 더 벌어졌습니다.
노동계는 물가가 급격히 오른 만큼 실질임금이 낮아졌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영세업체를 포함한 경영계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경영부담이 큰 상황에서 인건비 마저 오르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특히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오를 경우 추가로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은 오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는데요.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올 3분기에 급여 충격은 0.72%포인트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에 임금 상승 압박이 커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 오름세로 이어지는 '임금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와 경제 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사간 고통분담과 대타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 소상공인 업계가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하자'며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오늘 회의에서도 경영계는 이러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요.
<기자>
지난 2년여간 소상공인들이 코로나로 큰 어려움을 겪었잖아요. 또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기도 했고요.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임금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더 적게 주는 방식으로 차등화해 고사 위기에 몰린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터주자,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경총은 오늘 회의에서도 업종별로 지불 능력 차이가 심해 업종간 최저임금 편차는 최대 52.9%포인트 까지 벌어져 있다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이 사안은 쉽게 합의점을 찾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노사간 의견차가 심하기 때문인데요.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의 테두리에서도 가능해 지난 35년동안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실제 시행은 법이 도입된 1988년에만 이뤄졌습니다.
<앵커>
오늘 회의 이후,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오늘 회의를 시작으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 샅바싸움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부터 노사간 충돌이 컸던 만큼 벌써부터 기싸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를 두고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제도개선 사안인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 또 최저임금 수준 결정까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인데요.
아직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공개되지도 않은 상황이고요.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6월 말이지만, 올해도 이를 넘겨 7월까지 심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큰 만큼, 현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에 무게가 쏠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